해피 붓다
이응준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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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남을 더욱 사랑해야 하는 ‘인간’

[리뷰] 해피 붓다 (엣쎄이소설)(소설가 이응준, 은행나무, 2019.07.01.)

 

작가 이응준 씨를 늦게나마 만난 건 참 다행이다. 신하균 주연의 <내 연애의 모든 것> 원작자이기도 한 작가가 바로 이응준 씨다. 이 엣쎄이 소설 해피 붓다은 정말 독특한 세계를 그리고 있다. 돈키호테를 인용하며 시작된 소설은 어느 새 주인공이 나가, 풍차괴물을 향하 불이 되어 달려가면서 끝이 난다. 묘한 매력이 있는 소설이다.

 

어느 한 작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소설 해피 붓다은 마지막에 이르러 정말 붓다를 만나는 듯한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서 당신이 해피 붓다냐고 묻자 네가 나다라는 묘한 선문답이 이어진다. 마치 이게 나라냐?’라는 물음에 철학자 김상봉 교수가 네가 나라다라고 선언한 것이 떠올랐다. 해피 붓다는 무정부주의적이면서도 매우 강한 급진적 성향을 보이는 냄새가 났다.

 

해피 붓다는 한 정신 나간 작가의 꿈같은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사회와 인간 세계에 대한 통찰력 있는 철학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인간성에 대한 해부 같은 일침 등은 가슴을 뜨끔하게 만든다. 이응준 작가는 소설 작가의 입을 통해 궤변 같지만, 막상 잘나가는 것들에게는 자유가 없다. 잘나가는 것들은 제 무지와 불안을 허세로 포장하기 마련이거든. 희망 없는 세상, 공갈로 사는 거지 뭐.”라면서 가장 한심하면서도 가장 해악한 노예는, 자신의 과거에 사로잡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노예다. 그들은 자기가 노예인 줄도 모르는 채 세상만사에 주인 행세를 하려든다.”고 적었다.

 


 

자유와 노예, 무정부주의 작가의 일침

 

해피 붓다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고문기술자 이근안 씨에 대한 얘기였다. 그가 목사가 된 것까지는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는데, 그가 파문당했다는 소식은 알 수 없었다. 부암동에 살 때 김근태 의원을 만나 인사를 드렸던 게 지금도 생각난다. 이근안 씨가 파문당한 이유는 고문은 예술이다라는 말 때문이었다고 한다. 작가 이응준 씨는 하나님도 참 힘들겠다고 일갈했다.

 

오랫동안 고민해오고 있는 것은 인간은 정말 이기적인가 하는 점이다. 작가 이응준 씨는 사람이 이기적이라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은 참 초라하다. 작가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을 위해 누군가를 자신보다 더 사랑해야 하는, 가슴 아프고 불안하지만 아름다운 존재다.”. 얼마나 안쓰러운 존재인가. 그래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노 스승의 말은 더욱 깊이 다가온다.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더 크고 강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가. 작가 이응준 씨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시대라는 환경이 외부에서 모든 인간들을 감싸고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사람들 각자 안에서 이 시대는 다르게 적히는 것이다. 인간이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점이다. 작가 이응준 씨는 마지막으로 자신과 타인과 세계를 통해서 인간의 모순을 구경하고 체험해 뭔가를 깨닫지 못하는 인간은 한 번쯤 사는 것이 아까운 인간일 수도 있다.”고 적었다. 작가의 다른 책들도 매우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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