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파도에 몸을 실어, 서핑! - 허우적거릴지언정 잘 살아 갑니다 Small Hobby Good Life 1
김민주 지음 / 팜파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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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두려움 떨치고 서퍼가 된 환경운동가

[서평바다의 파도에 몸을 실어서핑(김민주 저팜파스, 2019. 07.10.)

 

모델이나 연예인이 화보를 찍듯서핑도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여성그랬던 이가 이제는 바다에 살며 파도 올라올 날만 기다리고 있다바다의 파도에 몸을 실어서핑의 저자는 충격 요법이 필요해 홀로 제주로 떠났다그곳에서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자신감을 회복할 방법을 찾았다.

 

어렸을 때부터 타인의 말과 평가에 유난히 신경을 많이 쓰던 저자는누군가로부터 부당하게 공격 받더라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했다오랜 시간 동안 특정한 모양으로 굳어진 마음의 모양을 바꾸기 위해서는 몸을 다르게 움직여야 했다새로운 나를 만들기 위해서 이전의 자신라면 영영 하지 않았을 것에 도전했고 그것이 바로 서핑이었다.

 



두려움은 자신이 만드는 것싸워야 알 수 있다

 

책에는 서핑에 관한 지식과 함께 저자가 겪은 삶의 진리들이 이야기처럼 담겨 있었다하루하루 시간을 쌓으면 어마어마한 뭔가를 이룬다하루씩 잘라서 보면 얼마 안 되는 시간이고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들이 모이면 엄청나다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200자 원고지 20매씩의 글을 쓴다고 한다서퍼들 사이에서 서핑은 마일리지를 쌓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꾸준히 바다에 가야만 잘 탈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절대로 하루아침에 서핑을 잘하게 될 수는 없다.

 

서핑은 해변까지 직진으로 오는 것이 아니다파도의 옆면을 타는 것으로왼쪽이나 오른쪽 중에서 길이 나는 쪽으로 간다만약에 파도가 하얗게 거품을 내며 왼쪽에서부터 깨지고 있다면 오른쪽으로 가면 된다저자는 서핑을 하던 산전수전의 순간들을 글로서 실감나게 풀어냈다예를 들면 얕은 곳이라면 보드를 밀면서 걸어가도 되지만대부분은 발이 닿지 않는 곳이다더는 걸어갈 수 없는 지점부터는 보드 위에 올라가 패들링을 해서 나가야 한다……패들링을 잘 못한다는 건 바다에서의 이동이 서툴다는 것이기 때문에 서핑을 잘하기 위해서는 패들링 실력이 필수다패들링을 잘해야 그 다음 단계를 연습할 수 있는 셈이다.”가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모든 취미가 그렇겠지만 무언가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단계로 가는 과정에는 일정한 진입 장벽들이 있다서핑도 마찬가지다매일 몸으로 서핑 연습을 한다는 건 언젠가를 위한 저축이다이번에 한 번 잘 탔다고 해서 다음에도 똑같이 잘 타리라는 보장은 없다이 파도 저 파도 겪어 보고이런 상태의 바다 저런 상태의 바다에 다 입수해 봐야 한다.

 

서핑하기 전 저자는 모든 파도를 똑같다고 보았다그러나 이제는 전부 다르다는 걸 안다싸워 보지 못하면 그것을 제대로 겪었다고 할 수 없다못 탈 것 같은 파도가 온다고 겁을 먹어 포기한다면 자신이 그 파도를 탈 수 있는지 아닌지 영원히 모를 것이다저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스스로가 만든 걱정과 두려움이었다걱정하고 두려워했던 것들을 막상 마주하면 생각보다 괜찮은 경우가 많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 힘든 걸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다가는 지치고 외로워진다누구나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는 힘들게 느껴지는 법이다남들의 눈에는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일지라도 말이다그래서 그건 본인 스스로가 알아줘야만 한다스스로를 다독여 주고 위로와 보상을 해 줘야 한다.

 

가끔 저자는 어찌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스스로에 대해 생각한다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그의 감정을 상상하는 것 대신 자신의 감정에 집중한다그러다보면 남들의 시선 때문에 했던 일이라고 착각했던 것들로부터 멀어져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보게 된다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안아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20대 중반에 처음 일을 시작한 저자는 일하면서도 스트레스에 쩔지 않고 산다는 게 뭔지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처음 알았다서핑과 제주살이 덕분에 그런 삶이 가능해졌지만다른 곳에서 다른 취미로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취미는 혼자 즐기는 것이 좋다여행과 같다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도 물론 행복하지만 혼자 하는 여행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온전히 내 힘으로 나를 행복하게 해 준 순간들 때문이다.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받는 길을 착실히 걸어왔지만 가면 갈수록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던 저자는 계속 그 길로 가는 게 맞는 걸까 생각했다그럼에도 다른 길로 방향을 트는 데 너무 큰 용기가 필요한 사회다사실 자신의 인생은 각본감독관객이 모두 자신뿐인 하나의 작품이다남의 눈에 좋아 보이게 만들더라도 남들이 나만큼 내 인생을 관심 두고 들여다보지 않는다가장 주요한 관객인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가는 게 가장 최선이다.

 

모든 사람은 다른 이의 삶에서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얼룩만을 본다자신의 삶도 남이 보기에는 부러운 삶일 수 있다는 것은 모른 채 말이다아마 자기 삶의 흉한 얼룩에 가장 많이 집중하는 건 자기 자신일 것이다내 삶의 예쁜 얼룩에 더 집중해야 한다일을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서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자유롭게 떠날 수 있어야 한다.

 

책은 저자의 감성이 충만하게 담겨 있었다또한 서핑을 통해 시야를 넓히게 된 경험도 담겨 있었다이외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환경 운동가가 된 저자의 사연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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