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 구지봉 장편소설
구지봉 지음 / 렛츠북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노-격정-두려움의 6월을 고발하다

[서평] 6(구지봉 장편소설)(구지봉 저, 렛츠북, 2019. 06.20.)

 

 

푸른 책표지는 빛바랜 필름 카메라로 찍은 붉은 핏물의 흔적 같기도 하다. 소설 6(구지봉 장편소설)‘6에 맞춰 초판 1쇄가 발행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봉은 남쪽 해양도시인 S시에서 나고 자랐다. 소설은 지봉의 눈으로 그 시절을 바라보는 구성이다. 이 시대 사람들은 거친 환경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누구의 강요에 따라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않았다. 바다의 거친 생명력을 닮아 있었다. 책표지와 같은 바다 말이다. 그들은 매일 부딪치며 깨어지면서도 또다시 뭉쳐 파도처럼 흩어졌다.

 

책은 6월 암시하는 수많은 문장이 있다. 그 중 인상 깊은 부분은 이렇다. “정욱의 집은 생각보다 멀었다. 예전에 친구들과 한번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는 4월이었다. 걷기도 좋은 날이었고 동기 녀석들과 즐겁게 떠들며 걸었기에 멀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날은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6월의 오후였다.”

 

6월은 더위가 한창인 계절이면서도 한주대학교 학생들의 시위가 절정에 달한 시기였다. 주인공이 6월을 내 인생이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 같았다.”고 묘사할 정도였다. “629일 민정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가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티브이 카메라 앞에 섰다.” 주인공에게 그해 6월에 일어났던 모든 일들은 하나의 격정이었다. 두려움 속에서도 분노했고 투쟁했다. 순종할 수 있었으나 순종하지 않았다. 또한 굴복하지도 않았다. 6월은 숭고한 역사의 한 페이지였으며 주인공은 그 위대한 투쟁의 날들을 뜨겁게 살아 낸 한 시민이었다.

 

그해 6월의 투쟁 속에는,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고 장렬하게 산화한 거룩한 열사들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당한 정권을 향해 끝없이 저항하고 불복하고 싸워나간 수많은 소시민들이 있었다. “적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 내부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적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나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들이 공포에 절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해야 할 말을 못 하고, 움직여야 할 때를 알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적과 같이 비겁한 사람들이 되고 말 것이다. 역사와 민족 앞에 죄를 짓고 마는 인간이 될 것이었다. 살다 보면 인생의 많은 부분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것이 인생이었다. 소설 6은 그러한 점에서 생생한 당시를 독자들에게 하소연하면서도 고발하는 듯 한 문체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