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 가족 호칭 개선 투쟁기
배윤민정 지음 / 푸른숲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수님이 아니라 제수씨라고 불리는 이유

[서평]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가족 호칭 개선 투쟁기)(배윤민정, 푸른숲 2019.06.18.)

 

책의 제목이 참 강렬하다.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동명의 이 책은 한 여성이 가종 호칭을 바꿔보기 위해 한국여성민우회 누리집과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들을 모았다. 지은이인 배윤민정 작가는 연장자 남성은 가족 집단에서 가장 위에 있는 존재다.”라고 일갈했다. 나이와 성별은 한국의 가족 서열을 나누는 두 키워드다.

 

배윤민정 작가가 이 책을쓴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내가 서열이라는 관습에 저항하는 이유는, 이것이 가족의 본래 목적인 사랑을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수직적인 서열 구조는 대화와 소통을 방해하고, 이는 곧 가족 내 약자에 대한 억압으로 이어진다.” 사실 주요 키워드는 동등한 개인’, ‘윤리적 관계등이다.

 

배윤민정 작가가 동거하다가 결혼을 한 이유는 단순하다. 경제와 사회적 잣대로 자신이 평가되는 게 싫어서다. 시간은 흘러 결혼을 준비하고 있을 즈음, 작가는 자가 붙는 네 명을 만난다. 시아버님, 시어머님, 아주버님, 형님. 그런데 작가만 자가 붙지 않고 이름이 고스란히 불렸다. ‘민정이라고 말이다.

 

 

이 붙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는 사람들

 

희한한 건 이런 차별적인 호칭 구조 때문에 입을 닫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호칭의 서열구조가 오히려 입을 닫게 한 것은 아닐까. 혼인 신고를 할 때도 모의 성을 따르겠냐는 칸에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앞으로 일일이 왜 라고 대답했느냐는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배윤민정 작가는 부부가 되면 한 사람이 귀와 입 역할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이 뒤로 숨는 것이 자연스러운 그림일까?”라고 물었다.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한 사회의 패턴을 보는 것 같다. 한 가족의 이야기는 한 사회를 이룬다. 배윤민정 작가는 많은 사람이 가정의 평화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 평화 밑에는 여자, 특히 며느리의 인내가 깔려 있다면서 나는 약자의 침묵으로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보다, 구성원들이 부딪치고 갈등하며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더 건강한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한 가정이 바뀌기 쉽지 않은 것처럼, 한 사회 역시 정말 변화하기 어렵다.

 

호칭은 중요하다. 작가의 말들은 굉장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다. 이 사회는 더욱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흘러가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그것은 바로 호칭의 문화가 아닐까. 이 책을 통해 여러 사람들이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면 정말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