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채 줘 내 마음
하늘 외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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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우는 법배우는 어른의 그늘

[서평] 눈치채 줘 내 마음(하늘, 장지명, 박초휴 외 2명 저 꿈공장플러스 2019.07.17.)

 

성이 씨이고, 이름이 이다. 그래서 이름이 하늘이다. 초등학교 시절, 이름을 띄어쓰기 하지 않았다고 틀렸던 기억이 있다. 여전히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5명의 시인들의 작품이 엮여서 나온 게 바로 눈치채 줘 내 마음이다.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내 마음을 누군가는 눈치채주길 간절히 원한다.

 

첫 번째 시인, 하늘 님의 시들은 따뜻하고 그립다. “다시, 눈이 부시도록주변의 당연한 것들이 소중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제일 처음 나오는 시에서 버찌라는 말이 뭔지 몰라 찾아봤다. 버찌는 벚나무 열매를 뜻한다. 버찌는 생긴 게 꼭 방울 같다. <눈물의 맛>이란 시에선 사람의 눈이 하루에 900번씩 감는다고 한다. 눈물에 대한 시인의 정의는 눈물겹다. “최대치의 염분과 최소한의 수분이 착즙되어 / 따끔하게 흐를 때 눈물은 짜다

 

<안개꽃>이라는 시에선 은유가 참 좋다. 안개 길을 팝콘 같은 길이 열렸네라고 감탄한다. 시인은 안개도 잎이 있는 거 아니 / 소금 같은 잎들이 모여 서로를 붙들고 있는 거란다 / 흩어지지 않도록 서로에게 매달려 있는 거란다라고 노래한다. 안개의 길을 지나가면 이 시가 생각날 듯하다. <너와 꽃길>이라는 시는 청첩장에 실린 작은 시라고 한다. 마지막 연이 참 좋다. “그대 함께 가는 꽃길에 / 혹여 가시꽃이 필지라도 / 따끔, 하고 지나가리라가시꽃에 피가 나더라도 금방 지나갈 것이라고 소망해보자.

 


 

안개는 잎들이 서로 붙들고 있는 것

 

내가 받은 시집엔 배현진 님의 손 글씨가 포스트잇으로 담겨 있다. “마음에 쉼을 주는 나나들 보내세요.”라는 말이 무척이나 반갑고 정겹다. 요새 정겨운 일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타인에게 분노하는 일들도 많아졌다. 배현진 님의 <변화>라는 시에선 나이가 드니 남이 아니라 나에게 상처 받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갑자기 안치환 님의 <마흔 즈음에>가 떠올랐다. <외로움이 되어버리다>라는 시에선 내가 지나간 자리에 온통 외로움뿐이란 말이 슬프다. 더 짙고 깊은 외로움이 나를 부른다는 낱말들에 책을 잠시 떨어뜨린다.

 

배현진 님은 <웃으면서 우는 법>이라는 제목의 시에서 어른이 되는 스킬 중 하나가 바로 이와 같다고, 그전 그뿐이라고 일갈한다. 어른이란 웃으면서 우는 법을 아는 것이라고. 씁쓸하지만 동의한다. 그녀의 짧은 시들은 우리가 알고 있지만, 감히 얘기하지 못했던 삶의 비밀들을 들춰낸다. 그래서 슬프다.

 

눈치채 줘 내 마음에 담긴 정서들은 대체로 나와 주변을 위로하는 것들이다. 장지명 님의 <남겨진 추억>은 왈칵 쏟아지는 눈물들을 통해 우리를, 멀어진 추억을 위로한다. 눈치 채지 못했던 내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다. 이젠 다시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여름 같지 않은 바람이 부는 요즘, 참 좋은 시집 한 권을 내 손에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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