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0.1cm로 싸우는 사람 - 최초의 디자인 회사 ‘바른손’ 50년 이야기
박영춘.김정윤 지음 / 몽스북 / 2019년 5월
평점 :
작은 지우개 하나 만드는 데도 10번의 수정을
[리뷰] 『0.1cm로 싸우는 사람 (최초의 디자인 회사 ‘바른손’ 50년 이야기) 』(박영춘, 김정윤 저, 몽스북, 2019.06.07.)
박영춘 회장. 그는 국내 ‘바른손’이라는 기업을 키워낸 장본인이다. ‘바른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예전에 설레는 마음으로 가족들에게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카드를 보낸 기억이 있다. 예쁜 글씨와 디자인은 학생이었던 내 마음을 흠뻑 적시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바른손’을 키워내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부도를 맞기도 했던 ‘바른손’은 다시 팬시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지금은 중국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지금은 보편적으로 중요하게 인정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경영인은 반드시 디자인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1990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디자인은 그저 돈이 남으면 나중에 하는 프로세스 중 하나였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한국에 최초로 심어준 기업이 바로 ‘바른손’이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시작부터 동기가 확실히 주어진다. 일본에서 조각 기계 하나를 들여와 예쁜 글씨를 만들어 납품하면서 박영춘 회장은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그런데 연하장 1위 기업이었던 ‘삼성공예’라는 기업에서 금박 글씨 의뢰를 받아 정성껏 납품했다. 그해 박영춘 회장이 조각한 글씨는 소위 말하는 대박을 쳤다. 그래서 완제품을 보고자 문의를 했더니, 당신이 보면 무얼 아느냐고 면박을 주었다. 이를 계기로 직접 연하장 제조업에 뛰어들기 시작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702/pimg_7576941242233403.jpg)
예쁜 카드에서 팬시까지 중국으로 진출
박영춘 회장한테 배울 점 중 하나는 그가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대에 진학하고 싶었으나 결국 강원대학교 농과대학에 진학한 그는 병아리나 화초 등을 키우면서 용돈벌이를 할 수 있었다. 농업 아이템으로 고가의 책들을 사며 배움을 이어갔다. 박 회장을 인터뷰하고 책을 쓴 김정윤 씨는 “자기가 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바로 그 일을 경험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면서 “지금 하고 있는 행위 자체가 나의 직업이며 내 미래의 초석인 셈이다”고 말했다.
책의 제목은 ‘0.1cm로 싸우는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완벽함을 추구할까? 책에 따르면, ‘바른손’은 완벽주의를 추구한다. 작은 지우개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10여 번의 수정 과정을 거친 후에야 출시하는 바른손의 지난한 제작 과정은 얼마나 치밀하게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지 알 수 있다. “디테일에 대한 집중력과 집념이 남달랐던 그는 일반인은 쉽게 지나칠 작은 실수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0.1cm가 아니라 0.01cm의 차이도 절대 흘려보내면 안 된다.
누군가를 만나는가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사람들을 교묘하게 활용하라는 뜻은 아니다. 김정윤 저자는 “그는 문화적으로 뛰어난 사람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면서 미적 영감을 받았다.”면서 “이 인적 네트워크를 사업에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계획 없이 함께 경험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충족되는 시간이었다”고 적었다.
‘바른손’은 부도를 겪었지만, 게임과 IT분야에 집중하면서 기사회생하고, 이젠 중국까지 진출하고 있다. 실패에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소중하다. 기업은 그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닮았다. 앞으로 ‘바른손’이 어떻게 커나갈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