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다 버리고 싶어도 내 인생
하수연 지음 / 턴어라운드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희귀병 환자를 위로하는 자신을 위로하는 것일까

[리뷰] 갖다 버리고 싶어도 내 인생(하수연, 턴어라운드, 2019.06.04.)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자신이 병원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자의 구체적인 설명과 병원에 있어본 사람만이 알법한 내용들은 그 자체 하나의 또 다른 세계였다. 갖다 버리고 싶어도 내 인생을 받아든 순간, 책에 함께 정성스럽게 꽂힌 출판사 관계자의 편지 역시 책에 허투루 읽지 못하게 하였다. 그만큼 구구절절한 내용들이 많다.

 

저자 하수연 씨는 말 그대로 죽다가 살아났다. 그 어려운 투병 생활을 5년이나 넘게 진행한 후 완치 판정을 받았다. 병명은 재빈(재생불량성 빈혈)’이라고 불리는 희귀병이다. 하수연 씨는 이 병명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단순히 빈혈 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혈만 잘 받으면 낫는 병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저자는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깨달음을 얻는다. “나를 무너뜨린 것이 새로운 나를 만드는 발판이 된다.”

 

다시 꽃이 피는 봄을 맞이해서야 그 모든 과정들과 골수이식을 흔쾌히 해준 이름 모를 언니의 고마움도 느꼈다. 중학교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일찍 진학한 그녀. 디자인과를 다니며 밤샘 과제를 하고 졸업전시를 준비하던 어느 날, 그녀는 쓰러진다. 희귀병을 앓고 있는 줄도 모르면서 매일 무리를 했던 것이다. 하수연 씨는 죽는 것과 사는 것 둘 중에 하는 쉬워야 하는 건 아닌가, 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희귀병을 갖다

 

초중증 희귀병 확증을 받고 나서, 하수연 씨가 아주 나중에 알아차린 것은 직면하지 않고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병을 통해 삶의 모든 것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그녀는 상대방을 아픔을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나의 아픔이 아니면 상대방의 아픔을 축소해서 말할 권리는 없다. 환자를 위로하는 자신을 위로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환자를 함부로 위로해선 안 된다.

 

성실한 무기 징역수처럼 매일 조금씩 퇴화하는 걸 하수연 씨는 느꼈다. 코로 토하는지 입으로 토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던 것이다. 몸속의 피가 늘 모자라기 때문에 피를 조금이라도 흘릴 대면 언제나 피가 아까웠다. 어느 날, 하수연 씨는 응급실에 실려온 자살 환자를 목격했다. 죽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이와 살기 위해 모든 걸 건 저자. 삶와 죽음이 충돌한 순간이었다.

 

무균실의 삶은 정말 힘들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모든 걸 삶아서 사용해야 했고, 자주 화장실을 가야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온 몸에 주사를 맞느라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하수연 씨는 꿋꿋이 버텼다. 하지만 완치판정을 받고 집에 돌아오니, 삶의 의욕을 잃어버렸다. 번아웃이 온 것이다. 저자 하수연 씨는 흔들리는 삶에서 제일 중요한 건 쓰러지지 않는 게 아니라 쓰러져도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는 것이라며 몸은 작고 좁은 곳에서 제약을 받고 있을지언정 내 안에서만큼은 팽창하는 우주가 되는 것이라고 적었다.

 

민머리 상태에서 긴 머리의 가발을 무리하게 사며 저자는 강한 결핍 때문에 과한 선택을 했다고 되돌아보았다. 이제는 더욱 더 넓고 다양한 세계로 나아갈 하수연 씨의 앞날에 응원을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