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저 사랑이라서
천성호 지음 / 넥서스BOOKS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내 사랑은 감성으로, 남 사랑은 이성으로

[서평] 사랑은 그저 사랑이라서(천성호 저, 넥서스BOOKS, 2019. 05.30.)

 

나의 사랑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놓을 때면 아둔해보이던 친구가 어느새 상담 전문가가 된다. 그건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사랑은 이성으로 대하지만, 자신의 사랑은 감성으로 바라보기 때문인 건지도 모른다. 사랑은 그저 사랑이라서의 저자는 사랑과 만남 그리고 이별에 관한 독특한 글을 썼다.

 

이성만이 존재하는 사랑은 엄밀히 말해 사랑이 아니다. 기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이 배제된 사랑은 감히 사랑이라 말 할 수 없다. 모든 사랑에는 한 편의 시가 존재한다. 그러니 사랑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한 편의 시가 되는 과정인 것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사랑의 궁극적 목적은 여행과 같다. 즉 오늘이라는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기 위함이다. 여행과 사랑에는 예상치 못한 고난이 종종 찾아오지만 지나고 나면 그 고난마저 추억이 된다. 때문에 사랑과 여행을 찾는 이들의 발길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삶이 버겁고 외로울 때가 있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무적인 관계만 많아지고, 친했던 옛 친구들도 하나둘 멀어져 연락하기 어색한 사이가 돼버릴 때가 찾아온다. 철저히 혼자가 된 삶의 고지에서 우리는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삶에 치이고 찌들어갈 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사람은 존재하고 그 사람은 바로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일 것이다.

 



지나고 나서야 봄이었음을 안다

 

책에는 사랑과 관련한 여러 인용이 많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영화 뷰티 인사이드(2015)에 나오는 한 문구다. “어쩌면 우리는 변해가는 외모보다 더 자주 변하는 내적인 나를 만나는 건지 모르겠다.” 이별이란 외부보다 내부에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꽃이 지고 나서야 봄이었음을 깨닫는다. 그 시간은 결말을 모르던 지난 시간 속이었다.

 

절대적인 기준이 없을 뿐 사랑에는 분명 저마다의 유효기간이 존재한다. 저자는 사랑을 할 때는 그 초점을 유효기간 유무에 둘 것이 아니라, 유효기간을 어떤 식으로 연장해 갈 건지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별이란 것은 접촉사고 같은 거다. 사고가 발생한 직후엔 잘 모르다가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후유증이 밀려온다. 아프지 않던 곳들이 하나둘 아려오며 그러다 어느 날 불쑥 주저앉고야 만다.

 

언뜻 연애는 득보다 실로 가득한 것 같다. 돈 낭비, 시간 낭비, 감정 낭비. 어느 구석 하나 낭비되지 않는 부분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시를 책에 실었다. <언제부터인가 내게 사랑도 그랬다/ 예전엔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여러 조건을 걸었는데/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그저 편한 사람이 좋다// 함께 있을 때 침묵이 어색하지 않고/ 침묵조차 느끼지 못하게 하는 사람/ 한 그루의 나무가 되고, 또 되게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라면/ 그저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하루의 모든 보상이 다가올 테니.>

 

상대는 상대이며, 나를 위한 존재가 아니다

 

취미가 같은 점은 연애에서 큰 이점이다. 하지만 저자가 더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바로 비전이다. 어쩌면 이 부분은 배우자를 선택할 때에 더 중요하게 적용되는 부분일 것이다. 삶을 바라보는 자세, 인생의 가치관과 미래관이 비슷한 사람일수록 함께 행복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사랑은 결국 삶을 함께 내다보는 행위인 것이다.

 

사랑은 유치하다. 어쩌면 세 살배기 아이의 대화 같기도 하다. 쏟아지는 가을날의 단풍잎처럼 실없이 매일 쌓이는 단풍 위로 떨어지는 또 다른 단풍을 올려다 볼 수 있어 행복한 것 또한 사랑이다. 사랑이란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것, 그 수고로움이 누군가의 행복을 지키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로지 나만이 들어가 쉴 수 있는 혼자만의 비밀공간이 필요하다. 사생활의 존중이 이루어질 때야말로 비로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아간다. 서로를 향한 지나친 속박은 사랑을 사슬로 만든다. 사랑한다고 해서 상대를 소유할 권리까지 얻는 건 아니기에 각자의 공간을 지켜주고 존중해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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