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수, 나는 지금도 잘 지낸다
고명희 지음 / 유심(USIM)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70, 퇴직 여교사를 이끄는 흙과 삶의 여정

[리뷰] 희수, 나는 지금도 잘 지낸다(고명희, 유심, 2019.05.09.)

 

늦은 나이에 도예 공예를 시작한 작가 고명희 씨. 그녀는 원래 교사로서 오랜 기간 봉직했다. 그리고 현재는 도예를 통해 삶을 즐기고 있다. 도예가 좋은 건 흙이 보석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교사로서 많은 학생들을 가르쳤을 고명희 저자는 블로그를 하고, 도록을 만다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도예를 배운 시간만 16년이다.

 

늙은 여성이 어떻게 잘 살아갈지에 대한 편견은 많다. 유발 하라리의 책들을 보며, 그가 이야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깨달은 고명희 작가는 자신도 마음 속 이야기를 드러내고자 했다. 커피와 도자기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둔 고명희 작가는 어린 시절 지나가는 미군들에게 초콜릿을 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에게 분노했다고 한다. 먹을 걸 차에서 던지면 받아먹는 모습이 거지들에게나 하는 행위 같았기 때문이다.

 

고 작가는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받은 오래된 기억들이 나를 만들고 내 삶을 평온하게 다듬어 주었다 싶다면서 자식 걱정하는 나이가 지난 뒤, 부모님과 함께했던 일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나이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고 적었다. ‘아직은 70라는 에피소드에선 택시기사가 80대로 보고 덕담을 건네자 속으로 잠시 아쉬워하지만, 칭찬을 고맙게 받아들인다. 이 세상의 위대한 업적들이 60대 이상의 노인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후배의 편지를 보면서, 고명희 작가는 일에 대한 열정이 중요함을 상기한다.

 


                     

세상에 작품을 남긴 노인들

 

고명희 작가는 세상의 일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여검사 성폭행 사건이나 현대 사회의 금수저, 흙수저 구분으로 인한 차별 등. 흙을 만지는 고명희 작가는 흙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흙은 우리가 태어난 원천이라는 것이다. 흙은 우리 삶의 기초이며 예술의 세계로 이끈다. 흙은 도예 작가에게 여전히 꿈을 꾸도록 한다.

 

고명희 작가는 책도 참 좋아한다. 제주도의 한 사진작가를 통해 기다림의 미학을 깨닫는다. 조선 건국과 정치사에도 관심이 있으며, 퇴계 선생의 책도 읽었다. 젊은 학자인 기대승과 대스승인 이황의 13년간 걸친 편지는 작가를 감동시켰다. 이와 기에 대한 오랜 연구와 논의의 결과물을 지금의 학생들은 교과서를 통해 공부하고 있다.

 

희수, 나는 지금도 잘 지낸다에는 글귀들과 더불어 예쁜 도예 사진들이 담겨 있다. 사진들만 보아도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건 왜일까. 아마도 도예를 만들고, 글을 쓴 사람의 심성이 책 속에 잘 녹아 있기 때문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