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 딸의 이 한마디로 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기시다 히로미 지음, 박진희 옮김 / 리즈앤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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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으면 죽어도 좋다는 아이삶이 간절해지다

[서평]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딸의 이 한마디로 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기시다 히로미, 박진희 역, 리즈앤북, 2019. 05.30.)

 

책 표지가 너무 자극적이었다.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어떤 자식이 자신의 엄마한테 감히 죽어도 된다, 라고 말을 할까. 긴장을 하며 표지를 넘겼다. 그리고 깨달았다. 감히 내가 자식이라도 그보다 더한 위로의 말을 할 수 있었을까를. 저자는 불편한 몸으로 수많은 강연을 한 사람이었다. 책에는 저자가 사람들에게 외쳤을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다.

 

결혼 후 저자는 첫아이인 나미를 낳고 4년 후인 199511월 둘째 료타를 낳았다. 그런데 료타는 다운증후군으로 평범한 아이가 될 수 없었다. 당시 주위 사람들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불안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그저 위로만 하려고 든다고 여길 정도로 정서가 피폐해 있었다.

   


 

감히 무게를 잴 수 없는 삶 하나

 

이대로 료타랑 둘이서 없어져버리고 싶어요.” 저자는 남편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남편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힘들면 키우지 않아도 돼. 시설에 맡기는 방법도 있으니까. 꼭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법도 없잖아.” 그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 한마디였다. “내게는 누구보다 당신이 소중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당신이 살아갈 자신을 잃을 정도로 괴롭다면, 당신을 잃으면서까지 책임지려고 할 필요는 없어.”

 

남편은 힘내야지라든가 책임감을 가져야지라고 하지 않고, 그저 저자를 믿고 함께해 주었다. 절대적인 내 편인 남편과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마음이 편안해져 본능적으로 키우겠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런 남편이 20056월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서른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였다. 남편의 부재를 실감한 것은 1주기를 맞이할 즈음이었다. 얼마나 충격이 컸던지 그전까지는 남편이 죽은 게 아니라 일 때문에 도쿄에서 살고 있는 거란 기분이 들었다고 저자는 밝혔다.


살아가다 보면 많든 적든 후회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중한 마음을 전하지 못해 생겨난 후회는 자신의 힘으로 줄일 수 없다. 저자는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다. 하루 평균 네 시간도 못 잤다. 때문인지 20081월 머리를 빗으려고 브러시를 들어 올리는 순간, 소리가 들릴 정도의 충격이 가슴에서 울렸다. 위급한 순간이었다. 수술이 시작되었고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척수에 모여 있던 신경이 전부 괴사하여 하반신이 마비되고 말았다.

 

위로보다 강력했던 한 마디

 

휠체어가 있으면 어떻게든 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에서 휠체어는 거의 소용이 없었다. 겨우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는 레스토랑을 발견하고 자리를 잡아 한숨 돌리던 어느 날이었다. ‘이제 한계야!’ 싶은 생각이 가득해졌고 저자는 결국 딸 나미 앞에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런데 딸이 너무도 조용했다. 주뼛주뼛 고개를 들어보니 딸은 울기는커녕 그냥 파스타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한 마디 했다.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죽어도 된다고 말해 준 딸 덕분에 이상하게도 죽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솟아올랐다. 료타를 낳고 어찌할 바를 모를 때 남편이 키우지 않아도 된다.’고 해주었던 말이 저자의 뇌리를 스쳤다. 이 부분은 아마 책에서 그리고 저자가 경험한 가장 큰 인생의 교훈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심적인 탈출구 내 마음은 이렇지 않으니 당신이라도 이러라고 해주라.’는 심정으로 그녀는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인 도움을 구했고, 얼핏 포기하라는 역설의 뉘앙스들로 인해 저자는 오히려 삶이 간절해지면서 위로를 받았던 것이다.

 

삶의 방식과 생각이 크게 변한 것은 바로 그때부터였다. 잃었던 존재 의의를 스스로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퇴원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먹고 싶은지, 언제나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일들을 스스로에게 물으며 용기를 만들어 갔다.

 

당시 저자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마주할 정도의 용기밖에 없었다. 자신의 장애를 온전하게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용기는 없었다. 하지만 딸이 옆에서 계속 힘이 되어 주었고 이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야겠다는 마음을 지녔다. 기회가 생겼고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를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

 

저자가 강연에서 강조한 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료타가 태어난 순간. 이때 저자는 남과 자신을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것, 남들과 달라도 된다는 것, 어쩔 수 없는 일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자책할 필요가 없음을 배웠다.

 

둘째, 남편의 사별. 이때 저자는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가족 구성원과 싸움을 하더라도 고마워’, ‘미안해란 말은 반드시 그날 안에 하게 되었다. 셋째, 자신의 후유증을 경험한 순간. 이때 저자는 고령자나 장애인의 실정과 뉴스에 더욱 관심을 갖고, 그들을 대변하는 강사로 제일선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지금 눈앞에 어떤 슬픔이 있다 해도 그 앞에 펼쳐질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할 수 없다고 단념하지 말고 한 발 다가서는 게 인생에서는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제가 도울 게 있을까요?”는 마법의 한 마디를 항상 기억하고 자신과 같이 힘든 이들을 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점이나 힘든 부분은 각기 다르다. 뭔가 해주고 싶단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이미 지나친 배려나 강요가 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우선은 위와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절망에게 저항하는 의지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행복을 불러오는 요소가 된다. ‘생각하면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인격이 되고, 인격은 운명이 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얼마 전 사랑하는 누군가로부터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는데 나를 사랑할 수 있겠냐.’는 말을 듣고는 곰곰이 내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희망이 없다면, 남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아마 저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스로를 더욱 사랑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거울 앞에서 미소를 지어보이는 연습은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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