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접합 전문가 - SF단편집
하시문 지음 / 케포이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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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작가상 수상 작가의 SF 소설 단편 모음집

[서평] 수지접합 전문가(하시문, 케포이북스, 2019. 04.10.)

 

오랜만에 주말 아침부터 SF 소설을 보았다. 수지접합 전문가라는 책인데 인공지능과 우주가 주요소재였다. 3인칭 주인공 시점이 많았고 때론 작가가 전지적으로 사건을 설명하기도 했다. 8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수상자답게 SF에 매우 흥미로운 소재들이 담겼다.

 

타임머신이 있고 안드로이드가 활보하지만 인간들은 공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래는 매우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 이 때문에 술술 읽힌다. 작가는 과학적인 사실을 소설 곳곳에 넣어 두었다. 예로 그는 글 이야기를 하며 손님과 술을 마신다. 간에서 분해된 알코올은 소변과 함께 배출되는데, 과음을 할 때가 많아서 간에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가 전신을 순환한 뒤 뇌로 간다. 뇌의 알코올 탈수소 효소가 급하게 그것을 부수지만, 속도가 음주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에 고주망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등이 있다.

 

또는 애초에 수지접합 수술은 나 혼자서는 안 돼. 그런 건 미세접합수술 중에서도 최고 난이도란 말이야. 정형외과, 수부외과, 감염내과, 이식외과 같은 다른 진료 과목의 의료진들과 힘을 합해야 한다고. 손의 감각과 근육 회복에 필요한 신경재생 또 동맥정맥혈관의 미세문합이 중요해. 면역거부반응 문제가 없다면 재활치료 끝에 신경 재생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져 컵이나 문고리를 잡는 일에도 문제가 없어지는 거야. 어디까지나 인간의 경우야. 말했잖아.”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과학적인 부분은 때로는 가벼이 진행되던 중간 중간 끼어있어 소설의 흐름을 방해할 뿐이었다.

 

소설 내용은 기존의 인공지능 영화나 최근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 인랑등을 연상케 했는데 묘사가 크게 재미있지 않았다. 또한 단편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모두 같은 사람으로 착각될 정도로 개성이 없었다. 공상과학으로서 상상력은 좋았고, 이야기를 지으려는 작가의 노력은 돋보였다. 그러나 문장들이 어설픈 부분이 많아 독자의 기대를 꺾는 측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 “립스틱은 전 여자 친구 것이었다. 여자는 죽었다.”라는 문장이 어느 순간 이야기도중 갑자기 나왔는데 이 여자에 대한 부분이 문장 전후로 언급되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문장으로만 봐서는 여자의 죽음이 매우 중요한 복선이나 의미가 담겨있을 듯했는데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여자는 죽었다.”라는 한 문장으로 글귀를 만들어야 했나 생각이 들었다.

 

작품들은 거의 비슷비슷한 느낌을 주었고 큰 몰입감은 없었다. 게다가 주인공들의 활동 배경은 현대를 시각을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이야기에 철학이 없었다. 독자로 하여금 작품을 넓게 보게끔 이끌어야 하지만 부분만을 조망하여 시야를 좁게 만드는 점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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