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해봐도 삶은 영원한 에피소드다 - 전방 새댁의 전역 보고서
이정희 지음 / 렛츠북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직업군인인 남편의 친구가 페루 대통령이 된 사연

[리뷰] 『고민해봐도 삶은 영원한 에피소드다 (전방 새댁의 전역 보고서)』(이정희, 렛츠북, 2019.05.01.)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을 한 신부. 그녀는 남편을 따라 양구로 처음 이사를 간다. 38선과 가까운 곳. 그곳에서 주방도 좋지 않은 신혼살림을 차린다. 남편은 직업군인이다. 남편의 동료들이 놀러와도 어떻게든 맛있는 음식을 마련해보려고 한 저자 이정희 씨다.

 

무수히 많은 나날을 이사했다. 이정희 씨는 오랜 기간 일기를 썼다. 사진도 함께 남겼다. 그 기록들이 바로 이 책 『고민해봐도 삶은 영원한 에피소드다』이다. 신랑 첫 생일날 부대 대대장님께 폭죽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라고 할 만큼 군대 사정을 잘 모르던 저자다. 남편은 데이트를 할 때도 대전 국립묘지로 데려갈 만큼 자신의 직업에 충실했다.

 

군부대 근처에서 사는 특성상 이정희 씨는 훈련병들의 퇴소식을 자주 보곤 했다. 남편이 와서 구경하라고 얘기한 것이다. 여기서 코끝이 찡해지는 얘기가 있는데, 바로 면회객 없는 훈련병들에게 치킨과 맥주를 사주었다는 아주 짧은 글이다. 퇴소식에 와줄 가족들이 없는 쓸쓸한 군인들을 위한 작은 배려다.

 



면회객 없는 군인 위해 치킨을 사주다

 

ROTC 출신의 남편은 페루 지휘참모대학에 시험을 보았다. 이날 이정희 씨는 생애 첫 3일 금식기도를 하기도 했다. 밤새워 공부했던 남편은 결국 페루로 출국하게 된다. 물론 저자 이정희 씨도 함께였다. 페루에 도착한 날 그들의 짐은 페루가 아니라 브라질로 날아갔다. 또한 페루에 도착한 이튿날 지진과 여진을 경험했다. 하지만 도시 전체는 평온해보였다. 그렇게 14시간 시차 나는 곳에서 생활이 시작됐다.

 

장을 보러 가면서 택시를 탔던 이정희 씨는 자신들을 속이는 것 같아 힘들었다. 하지만 어딜가나 좋은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녀는 친절한 택시 기사를 만나 ‘그라시아스(Gracias)’라고 연신 내뱉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29년간 22번이나 이사한 저자는 신앙심으로 인고의 세월을 버텼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다시 양구로 돌아 가보았을 때 감회가 새로웠다. 저자는 그 모든 것이 감사했고, ‘에피소드’였다고 소회했다. 참으로 따뜻한 마음이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페루 대통령 등 꽤 높은 계급의 사람들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남편의 친구였던 우말라는 페루에서 대통령이 되었고, 그는 페루를 한국처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참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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