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면 뭐 어때 - 선생님과 학생이 같이 읽는 교과통합소설 소설로 읽는 통합사회 2
염명훈 외 지음 / 청어람e(청어람미디어)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한 애정과 상처 VS 정의 외치나 애정 부족

[서평] 『우리끼리면 뭐 어때』(염명훈, 송원석, 김한수, 김경윤, 청어람e, 2018.12.10.)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땐 눈물이 났다. 이 책의 이야기가 단순히 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오영의 삶으로만 비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과 학교, 냥이와 멍멍이, 사회와 정의, 성장과 멈춤의 파노라마는 여전히 진행 중인 우리 모두의 얘기다. 추천사를 쓴 장발장 은행장 ‘소박한 자유인’ 홍세화 대표는 “이 소설은 수용소에서 잠든 학생들을 깨워 삶의 구체적인 환경 속에 데려가기 위해 시도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적었다.

 

책은 매우 독특하게 그림과 대화창, 활동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창의적 발상이 통통 튀는 것이다. 책의 제목은 ‘우리끼리면 뭐 어때’이지만 부제는 ‘선생님과 학생이 같이 읽는 교과통합소설’이다. 저자 중 한 명인 엄명훈 씨는 “‘희망’의 비슷한 말을 ‘우리’라고 하면 너무 지나친가요?’라고 서문에 적었다. 희망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있는 것이라는 뜻이다.

 

처음엔 주인공이 남학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읽다보니 아빠 오만해가 ‘딸’이라고 부르는 것을 읽고 나서야 여학생인 걸 알아챘다. 그만큼 책은 성구분에 대한 차별적 요소가 담겨져 있지 않다. 당당하게 학교생활을 헤쳐 나가는 오영. 이 학생은 이혼한 부모 밑에서 양쪽 부모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진 않지만 반장을 맡을 정도로 ‘부진한(학교에서 보기에)’ 학생들이 모인 곳에 있다. 그곳에 단짝 친구는 용해라는, 나이가 더 많고, 아버지가 중국 사람인 남학생이다. 둘은 중국에 사업차 떠나려고 했지만, 오영의 할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일몰이 산에 가려지지 않는 드넓은 땅을 밟지 못한다.

 



희망은 우리가 서로 함께 있는 것

 

“잘 보이지 않는 곳은, 잘 보이지 않는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잘 보이는 법이다.” 희망이라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가 희망을 잘 찾으려고만 한다면, 희망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오영은 어머니 일하는 방송국 대기실에서 록 밴드 출신의 트로트 가수를 만났다. 트로트 가수가 자랑이 안 되는 거냐고 되묻는 그녀에게 오영은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예요.”라고 속으로 말한다. 자신의 담임교사가 자주 했던 말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셈이다.

 

오영은 나중에 기간제 교사로서 학교의 바람직하지 못한 것들에 대항했던 담임교사를 잊겠다고 한다. 정의와 인권을 외치지만 정작 학생들한테는 애정을 크게 갖지 못했던 교사. 하지만 오영은 그 담임교사가 해주었던 말들을 자신도 모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 담임은 참 독특하다. 자신의 사회적 신분이 프리랜서라는 것을 알아서 일까, 두려움이 없다. 잃을 게 없는 것이다. 담임교사는 사람은 놀려고 일하는 것이지 일하려고 노는 건 아니라고 했다. 오영은 1학기 담임이 그만두고, 2학기 담임이 오자 과한 애정으로 학생들을 돌보며 분노하고 상처 받는 교사와 정의와 인권을 외치지만 정작 큰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 담임 중 과연 누가 좋은 건지 고민한다.

 

책에선 농장을 하는 아버지와 잡초를 뽑고 작물을 키우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한 가지 상식을 얻은 부분이 있다. 농작물이 바짝 말라 보인다고, 햇볕이 쨍쨍한 날에 물을 주면 안 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뜨거울 때 물을 주면 잎사귀에 붙은 물방울이 렌즈 역할을 해서 농작물이 타버릴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광합성에도 방해가 되고, 물의 증발이 빠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물은 저녁에 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교육이라는 작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힘들고 죽을 것 같아도 바로 해답을 알려주면 더 성장하지 못하고 고사(枯死)하는 건 아닐까.

 

책에는 정말 귀담을 말한 말들이 문득문득 나타난다. “심심한 걸 즐겨. 너 나중에 커보면 이 세상에서 걱정 없이 심심한 게 제일 큰 행복이란 걸 알게 될 거야.”, “연휴가 끝났다. 휴일의 반대말은 학교다. 그래서 학교에 갔다.”, “숨는다는 것은 눈을 감추고 귀를 연다는 뜻이다.”,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는 그 전에 고통이 있다.”, “가까운 걸 잃으면 또 다른 가까운 것이 보이는 건가 싶었다.” 아마 이 말들이 네 명의 작가들의 삶을 통해 배운 지혜가 아닐까.

 

지난해 초에 나온 『내가 나같지 않아서』라는 소설의 주인공 역시 오영이다. 이 친구는 이름답게 성적이 5등급이다. 이 땅의 모든 청소년들이 이 주인공의 소설들을 통해 삶의 희망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