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면서 바일라 4
김태호 외 지음 / 서유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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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맞는 베트남 여자와 비리에 침묵하는 청소년

[리뷰] 『아무것도 모르면서』(김태호, 문부일 외 4명, 서유재, 2018.12.13)

 

오랜만에 청소년 소설을 보았다. 이 시대 청소년의 감정을 느끼고 그들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선택한 책은『아무것도 모르면서』로 총 6명 작가의 단편이 실렸다.

 

단편들 가운데 가장 맘에 들었던 글은 김태호 작가의『콩』과 문부일 작가의『웰컴, 그 빌라 403호』다.『콩』에는 베트남 여자가 나온다. ‘콩’은 주인공이 이웃 베트남 여자를 부를 때 사용하는 비속어다. 베트콩을 줄여 비하하는 이름이기도 했다.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며, 배경은 주인공이 사는 구석진 가게와 어두운 뒷골목이다. 이 소설은 성장기 학생이 심경 변화를 겪게 된 계기를 잘 묘사했다.

 



성장을 느끼게 해준 베트남 여인 콩

 

주인공은 치국이라는 친구에게 담배를 뜯기는 소극적인 아이다. 그런 주인공에게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있는데 바로 베트남 여자 콩이 매일 자신의 집으로 와 식사를 한다는 것이다. 원래 그 자리는 주인공 친누나의 자리였지만 사고로 죽은 뒤 슬퍼하는 어머니께서 비슷한 또래 여자인 콩을 식사에 매일 초대하며 시작된 자리였다.

 

베트남 여자가 주위에 있다는 건, 한국 남자와 결혼을 하였거나 사정이 있어 베트남에서 떠나 한국에 남게 되었음이다. 콩의 경우 한국인 남편에게 돈을 뜯기는 위치였고 결국 결혼 생활 도중 도망쳤다. 때문인지 어느 날부터인가 여자의 남편이 자주 주인공의 집 주변을 서성이며 콩을 찾는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은 여느 때처럼 골목에서 치국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었다. 그때 콩이 나타나 주인공을 보호한다. 이를 계기로 주인공은 심정 변화를 겪는다.

 

콩은 남편이 자신을 찾아온 어느 날 주인공의 방으로 들어와 벌벌 떤다. 이때 주인공은 이불 속에 콩을 숨겨 지켜준다. 콩이 겪는 공포와 자신이 치국에게서 겪은 공포를 대조하며 상대를 이해한다. 이는 주인공의 삶에 큰 계기를 주었다. 무엇보다 치국에게 당하던 오랜 시간동안 자신의 힘이 그렇게 세진 줄도 몰랐다가, 콩과 힘을 합쳐 치국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도중에서야 자신의 힘이 더 세고 키가 큼을 새로이 인지하며 어른으로서의 성장을 느낀다.


옳고 그름을 선택하여 성장하는 아이들

 

문부일 작가의『웰컴, 그 빌라 403호』는 어른들이 보아도 매우 좋은 이야기다. 주인공의 친구 승리가 불공평한 환경으로부터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를 묘사한 소설이다. 처음에 주인공은 승리를 매우 아니꼬워했다. 주인공이 영어 선생님 책상을 청소하러 가던 때 승리가 후다닥 쫓기듯 나온 것을 보았는데 이후 자신이 선생님의 오해를 받고 혼이 난다.

 

당시 주인공의 가족들은 이사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집이 팔리지 않아 고민이던 때 승리 가족이 그곳을 사겠다며 온다. 여름에 매우 덥고 겨울에 매우 추운 집이었기에 주인공은 집을 고르는 승리의 선택을 비웃는다. 그러던 어느 날 승리가 교내에 실은 글을 보게 된다. 그리고 승리가 그날 영어 선생님 책상을 뒤진 이유를 알게 된다. 영어경시대회에서 5개나 틀린 아이가 1등을 하고 모두 맞았던 승리의 답은 이상하게도 몇 개 틀려 있었는데, 이를 수상하게 여긴 승리가 사실을 알기 위해 영어 선생님의 책상을 뒤졌던 것이다.

 

책상에는 수정 전의 영어 답안지들이 있었다. 하지만 승리는 침묵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회사의 비리를 고발하고 난 뒤 오히려 내쫓기고 삶이 나락으로 떨어진 모습을 보고서였다. 오히려 비리를 저지른 회사 관계자들은 승승장구하였다. 승리는 자신 역시 같은 절차를 밟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승리는 주인공이 자신을 대신해 영어 선생님에게 혼이 난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주인공이 선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남으로부터 오해를 받을 적마다 몰래 묵묵히 도왔다. 자신과 같은 절차를 밟지 않길 바라면서 말이다. 승리는 어른들의 세상을 보았다. 하지만 그와 같은 어른들이 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승리의 긍정적인 마음이 느껴졌다. 정말로 한 어른으로서 매우 부끄럽게 생각되는 이야기였다.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진형민 작가의『람부탄』은 소설 속 인물의 이름이 문장마다 너무 자주 언급되어 읽기에 혼란스러웠다. 예를 들어 "세디게는 이제 수업이 끝나도 집에 가지 못하고… 세디게가 엘함네 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세디게는 시장에 가는 길이었다. 요즘 세디게는 마음 편히 있을 곳이 없었다."와 같이 연달아 나온 문장에 인물 이름이 계속 언급되었다.

 

"세디게는 조용히 집을 나섰다. 이제 엘함 집에 가서 엘함 고모의 집스틱을 살짝 바르기만 하면… 세디게가 여러 번 부른 뒤에야 엘함이 문을 조금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세디게라는 걸 알고 엘함이 비척비척 밖으로 나왔다… 세디게가 밤에 다시 엘함 집을 찾았다. 이제 엘함은 여기에 없고 세디게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엘함은 세디게가 태어나 처음으로 마음을 다 준 친구였다." 이런 문장들이 계속되다보니 가독성이 떨어졌다.

 

최영희『하늘이 두 쪽 나는 날』은 발단과 전개가 내용의 80%를 차지하는 듯했다. 감정이 늘어졌다. 동화와 청소년 소설이 결합된 구성이었다. 후에 조용한 가운데 다시 음미해볼 생각이다.

 

책 속 인물들은 모두가 사춘기 학생들이다. 자신만의 고민거리를 품고 이름 모를 감정이 마구 솟아 혼란스러울 시기다. 하지만 어른들 눈에 이들은 아직도 아이들이다. 그러니 학생들은 자신의 정체성이 더욱 혼란스러울 것이다. 책 『아무것도 모르면서』는 세상 물정 모른다고 여기는 학생들을 비꼬는 어른들의 말이기도 하며, 그런 어른들에게 실망과 서운함을 비추는 학생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이 어떻게 감정을 새기며 어른이 되어 가는지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나의 성장기 때 감정을 되돌아본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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