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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계획
신세연 지음 / 바른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아침 막장 드라마처럼 복잡한 소설 ‘처절한 계획’
[서평] 『처절한 계획』(신세연, 바른북스, 2018.11.30.)
정말로 처절한 소설 책 한 권을 읽었다. 기업 ‘한수그룹’을 중심에 두고 벌어지는 아침 드라마 같기도 하고 또 막장 드라마 같기도 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부잣집 앞에 버려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부잣집은 훗날 한수그룹으로 성장하는 집안이었다.
아버지는 하녀의 손에서 길러진다. 어른이 되어서는 목재 기술을 하다가 어머니를 만나 결혼을 한다. 어머니는 무척이나 아팠다. 어버이날이 가까운 어느 날 어머니는 죽고 만다. 아버지는 그때부터 뜬금없이 자신의 유일한 기술을 버리고 여러 일을 하며 주인공을 기르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아버지 역시 사고로 죽는다.

막연히 복수를 꿈꾸며 성공하는 인물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여자 하나가 찾아온다. 예전에 갓난 아기였던 아버지를 돌봐주던 하녀였다. 아버지가 그토록 뵙고 싶어 하던 분이 어떻게 아버지의 죽음을 알고 나타났는지는 의문이었다. 하녀는 주인공에게 비밀 하나를 말한다. 이 비밀에 대해서는 소설 뒷부분에 나오는데, 미리 말하자면 주인공이 한수그룹 회장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주인공은 아버지 유품을 정리하던 중 ‘한수그룹’ 명함을 발견하고 아버지 죽음과 큰 연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복수를 꿈꾼다. 무슨 복수를 원하는지는 소설 속에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저 주인공이 한수그룹 회장을 만나러 치열하게 노력하는 모습만이 나온다. 그 노력은 주인공 삶의 목적처럼 작용해 주인공을 나아가게 했다. 마침내 주인공은 회장의 딸 지나에게 접근하게 된다.
주인공은 공부도 관심 없고 수능도 거의 망한 상태로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목적인 ‘복수’를 잊었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연선화라는 여자를 알게 되고 돈을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왜 이러한 다짐을 하게 되었는지는 소설에 나오지 않았다. 여하튼 주인공은 운 좋게도 한강이 보이는 고급 아파트로 들어가게 되고 연예계까지 발을 들여 영화 3편에서 주연을 맡기에 이른다.
연선화는 주인공이 사는 집 바로 옆 호수에 살고 있었다. 이 여자 역시 한수그룹 회장에게 복수를 하려는 인물이었다. 연선화의 아버지는 자살을 하면서 거액을 딸들에게 남겼다. 그런 아버지 유품 중 한수그룹 명함이 들어있었다. 겨우 고등학생이었던 딸들은 아버지의 족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자매가 죽고 연선화는 충격을 받은 나머지 몸을 팔며 생계를 유지해나간다. 그러다가 번 돈으로 우연히 주식을 하여 돈을 크게 불린다. 그리고는 주인공과 같은 고급 아파트로 들어가게 됐다.
제멋대로 흩날리는 소설 속 인물들
이야기의 결말은 이렇다. 연선화의 어머니가 과거에 알고 보니 회장의 또 다른 첩이었고 연선화의 아버지는 회장의 아들이었다. 연선화의 어머니는 임신을 한 상태에서 회장 아들과 도망을 가 아이들을 낳았다. 그렇다면 결국 연선화는 회장의 딸인 셈이다. 그러나 그것도 모르고 회장과 잠자리까지 하며 접근을 해왔다. 우스운 점은 회장이 진작부터 연선화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결말은 주인공 남자가 원래 회장의 아들이었고, 주인공의 아버지 또한 회장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회장은 주인공이 자신에게 접근하던 시기 진작부터 자신의 아들임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회장은 자신의 딸인 지나가 주인공과 연인이 되었다는 사실조차 알면서도 묵인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야기는 너무도 복잡했다. 어려워서가 아니고 상식을 아예 벗어난 뜬금없는 이야기 전개가 계속되었기 때문이었다. 책 막바지에 이르러 복선도 없이 계속해서 반전만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반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어설픈 반전이었다. 작가가 일부러 반전을 만들기 위해 먼저 반전을 새우고 뒤이어 이에 알맞은 설명을 덧붙이는 식으로 문장은 전개되었다.
또한 인물들은 개성이 없었다. 주인공은 남자였는데 도무지 남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항상 이유 없이 무게를 잡는 인물로만 그려졌다. 더 큰 문제는 인물들이 너무도 쉽게 변한다는 것이다. 이는 줄거리를 중심으로 놓고 그 안에 인물들을 끼워 넣은 구상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즉 인물들은 어떤 구체적 계기나 사건 등으로 이전과 다른 성격이나 목적을 가져야만 하는데 배경과 사건이 바뀌는 대로 스토리에 무작정 따르며 변해갔다.
예로 작가는 주인공의 아버지에 대해 ‘자신의 아내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에게 그녀는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뒤에서 주인공의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는 전혀 슬픔을 느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왜냐하면 아내의 장례식장에서 주인공이 종이 카네이션을 만지는 옆으로 와서 ‘우리 아들이 오늘 어버이날이라고 만들었구나. 그럼 달아줘야지 여기 달아줘.’하며 담담한 대사를 읊었기 때문이었다.
빠른 스토리 전개와 강한 흡입력
회장의 딸인 지나는 재벌가에 대해 일반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인물이었다. 지나는 끊임없이 자신의 아버지인 회장을 비꼬고 무시했다. 무엇보다 선화는 여타 여주인공과 같은 성격의 가련한 여자로 나온다. 감히 복수를 꿈꾸는 인물이라는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련했다. 그런데 복수를 꿈꾸며 몸을 팔고 회장에게까지 다가가는 대담함을 보였다. 무엇보다 회장의 나이가 도대체 몇 살인지 궁금했다. 수십 년 전부터 이토록 수많은 자식을 만들었지만 항상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책에서는 묘사가 되었다. 늙지 않는 신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야기상 배경은 구체적이지 않았다. 오로지 스토리와 사건이 있을 뿐이었다. 한수그룹을 이끄는 주요 인물로 백종희 여사가 나온다. 이 여사는 한수그룹을 잇기 위해 ‘정한수’라는 인물을 끊임없이 만들어낸 진정한 숨은 신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반전이 또 하나 나온다. 지금의 회장인 정한수 역시 한수그룹을 잇기 위한 가짜였던 것이다. 수많은 정한수들과 같이 이름만 빌린 남자였다. 이러한 비밀과 전개가 소설에서 왜 중요한지는 알 수 없었다.
주인공은 끝에 가서 백종희 여사가 아끼는 화랑을 불태우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비로소 복수가 끝났다는 듯 주인공은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물 위로 띄운다. 이후 에필로그가 한 장 나오는데, 선화와 주인공이 애인 관계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일개 개인과 그룹 간의 갈등은 너무도 흔한 소재다. 무엇보다 개연성이 전혀 없다. 막장스러운 이야기라서 그런지 내용은 술술 읽힌다. 하지만 어떤 인물에 공감을 하며 읽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붕 뜬 정신으로 읽어나갈 뿐이다. 책 중간 지점부터는 머리가 복잡해졌고 다 읽은 뒤에도 주제를 알 수 없었다.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인 점을 감안하면 나름 흡입력 있는 전개를 보인 장점이 있다. 어쩌면 작가는 약하디 약한 개인을 영웅처럼 묘사해 기업과 대결하는 구도로서 우리 사회를 고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