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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의 길 - 과학과 혁신, 그리고 분권
곽노성 지음 / 렛츠북 / 2018년 9월
평점 :
공무원과 연구관리자의 갑을관계 … 과학기술혁신은 없다
[리뷰] 『혁신성장의 길 (과학과 혁신, 그리고 분권)』(곽노성, 렛츠북, 2018.09.10.)
2018년도 노벨과학상 발표가 마무리됐다. 한국은 여전히 0이다. 옆 나라 일본은 잘 나간다. 과학기술계에 조금 몸을 담았던 필자로서는 절망을 금치 못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는 관료주의와 행정 우선주의에 사로잡혀 창의성이 발현될 여지가 제로다. 이런 연구문화 속에서 과연 노벨상을 기대하는 게 타당한지 우려스러울 정도다.
『혁신성장의 길』 지은이 곽노성은 공공기관 원장을 지낸 경력과 국가과학기술 관련 각종 자문위원과 기획평가위원을 엮임 이력이 있다. 지금은 한양대 대학원에서 과학기술정책학과 특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곽노성 특임교수는 톱다운 방식을 잘 살려서 연구 과제를 추진해야 ‘코리아 R&D 패러독스’를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분권이야말로 헌법에도 명문화 된 혁신성장의 지름길이라는 게 지은이 곽노성 특임교수의 주장이다.
책에는 미국이나, 미국의 시스템을 따라하는 일본의 경우 하향식 연구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의 과학기술정책에 따라 큰 방향이 정해지고 구체적 연구 주제가 내려오면 좋은 이유는 뭘까? 하향식 연구가 좋은 이유를 곽노성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창의적이고 도전적 연구가 용이(위에서 내려준 연구 주제이기 때문에 연구자는 열심히 하면 실패해도 상관없다. 실패해도 실패하면서 겪은 일들이 중요한 경험치가 될 것이다. 거꾸로 연구자가 연구 주제를 잡으면 책임을 전적으로 면하기 어렵다.) ▶ 중복 연구가 허용(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비슷한 주제를 연구하면 건강한 경쟁이 가능해질 수 있다. 상향식은 공정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 다학제적 융합연구 촉진 가능 ▶ 연구의 집중도 제고 등.

하향식 연구 방식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
저자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투자가 전 세계 최상위권이라고 한다. 하지만 서울 의대 호원경 교수는 실질적으로 연구자들에 투입되는 기초과학연구비가 저조하다고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책에선 연구 대비 성과의 질이 수준 미달이라고 비판한다. 연구개발비 대비 기술 수출액 비중은 OECD 국가 중 가장 밑의 그룹이다.
그래서 더더욱 과힉기술의 혁신과 분권이 중요해진다. 탈권위가 아니라 분권이 요구된다. 저자가 지적하는 문제점은 대통령제와 관료제, 이에 따른 책임 의식의 부재로 정리된다. 심지어 저자는 우리나라 과학기술혁신 생태계가 정상이 아니라고 본다. △ 선순환 △ 자율성 △ 다양성 △ 적자생존의 측면에서 그렇다. 이 때문인지 저자는 과학기술계 스스로 독립적 주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심히 우려한다.
우선 대통령제부터 살펴보자. 대통령 인수위원회는 5년 동안 대통령이 할 일을 결정해버린다. 곽노성 저자는 공약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선 공약은 방향성을 결정하는 일이고, 구체적인 방식은 전문가들의 보좌를 통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혁신이 일어나는 벤처투자도 마찬가지다. 사업을 이끌어가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사업의 성공 여부가 계속 결정되고 바뀌기 때문이다. 실리콘벨리에서도 좋은 사람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지금 아이템은 실패해도 그 경험을 살려서 더 좋은 아이템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그래서 실패 자체보다 그 실패를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런 연유로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벤처기업을 선호하고 공무원을 기피한다.
공약은 방향성 정도만, 사람이 제일 중요
공무원들은 많은 일들을 산하기관에 맡기는 경향이 있다. 산하기관은 예산이 걸려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들을 도맡아야 한다. 예전에 일할 때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곽노성 저자는 벤처 기업에게 정부 지원에 대해 불가피한 경우에만 받으라고 한다. 그는 “정부 연구비에 맛 들이면 사업 아이템을 고민해야 할 때 보고서 쓰느라 날 새고 결국 좀비기업이 된다”고 적었다.
정부의 할 일은 명확하다.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리고 연구와 서비스 개발은 민간이 하거나 연구자가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연구기획에서부터 예산 활용까지 모든 걸 정부에서 관할하고 관여하려고 한다. 그래서 문제가 심각해진다. 저자는 “부처와 연구관리 전문기관의 관계는 우리 사회 어느 곳보다 갑을관계가 강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비할 바가 아니다.”고 성토했다.
결론적으로 저자의 주장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정책 결정 : 정부 공무원 ▷ 연구 사업의 기획 : 연구관리 전문기관 + 출연연 담당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 지역혁신 사업 : 지자체 ▷ 사전허용 사후규제 원칙. 소비자의 선택권과 전문가의 판단을 존중. 기술규제의 고시 운영 폐지. 우리나라가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그 방법은 저자가 주장하는 ‘분권’에서 찾아야 할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