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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소문과 영원의 말
나인경 지음 / 허블 / 2025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의 일상은 과거와 달리 편리해졌고 그보다 더 편해지기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개발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직접 책을 넘기며 한 문장씩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 것보다 언제 어디서든 가볍고 휴대하기 좋은 전자책의 딱딱한 문장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 더 편해졌고, 서로 마주 보며 이야기 나누는 것보다 각자의 휴대폰을 바라보며 같은 공간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의 우리는 서로의 얼굴과 목소리보다 화면 속의 활자나 이미지가 더 익숙한 사람들이 되어 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시의 소문과 영원의 말>에서는 지금보다 더 기술이 발달하여 인간의 기억을 손쉽게 저장해 기억 소거와 기억 반환이 가능해진 감정이 메말라버린 시대에서 일어나는 ‘기억’과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 기억은 사라질 수 있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잊히지 않는다.
🖤 결국, 내가 나일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오늘을 살아내기 때문이다.
📝 <도시의 소문과 영원의 말>은 2035년,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의 미래 사회를 다루고 있는 sf 소설이다. 2035년 기술의 발달을 통해 초거대 기업인 ‘유니언 워크’가 개발한 ID 칩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은 기억을 클라우드에 저장하여 기억을 지우고 되살릴 수 있게 된 시대. ‘안’은 기억 소거 서비스를 ‘정한’은 기억 반환 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둘은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과 그리움을 느끼고 그러던 찰나 갑자기 전 세계의 유니언워크 사용자들에게 기묘한 메시지가 도착하는데….
이 책에서는 ID 칩을 통해 인간의 기억을 데이터 형식으로 저장하여 소거와 반환이 가능해진 세상을 보여줌으로써 정말 가까운 미래에서는 당연하게 사용될 것만 같은 느낌을 주어 독자가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함으로써 아무 의심 없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현재와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아 어딘가 스산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더 나아가 마치 기억 소거를 반복하는 ‘안’, 기억 반환을 반복하고 있는 ‘정한’의 모습은 초반부에 보면 마치 기억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로만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안’과 ‘정한’에게 나타나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와 ‘그리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갈구하고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끝끝내 연결되는 일련의 모습은 온전한 ‘나’를 찾는 과정 같기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서로에게 주는 힘에 대해서 독자들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의 선사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서평에 나의 주관적인 감상을 더해보자면
이 책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사랑과 기억에 관한 아름다운 진실을 알려주는 소설”, “살아 있는 사랑의 기억을 타고 마침내 가능한 연결”이라는 문구가 마음속에 꽂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펼쳐본 이 책에서 유니언워크 세상은 그야말로 이상적인 세상인 것처럼 기묘해 보였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세상. 그 속에 과연 진실한 감정은 살아 숨 쉴 수 있을까? 슬프고 힘들었던 기억을 지우고 떠나보낸 사람과의 추억이 너무 아파 지우고, 잘못을 저지르고 지워버린다면 그 기억들에 존재했던 감정들은 그저 한 줌의 재처럼 사라지는 것과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억과 감정을 통해 하루하루 존재를 입증하고 성장한다. 하지만, 정말 유니언워크 세상이 도래한다면 그때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입증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 어딘가 나사가 빠진 것처럼 텅 빈 무언가를 끌어안고 살아가지 않을까? 그런 생각 속 끝끝내 연결된 ‘안’과 ‘정한’의 모습은 덧없이 크게 와닿은 시간이었다.
🌹 기억을 편리하게 지우고 되살리세요. 여러분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셔도 됩니다.
🥀 단, 여러분의 기억에 대한 대가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여러분을 유니언워크 세상으로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