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대영 박물관 마로니에북스 세계미술관 기행 7
루카 모자티 지음, 최병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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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관 기행 : 대영 박물관

나는 흘러간 시간을 구경하는 것에 흥미가 많다. 그래서 '현대적‘인 것보다는 ’역사적‘ 전시물을 보유하고 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거니는 것을 좋아하고 유물에 관한 지식을 탐구하기 보다는 이미 지나가버려 다시는 마주할 수 없는 순간을 유물을 통해 구경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나의 취미 때문에 ’대영박물관‘ 도서에 대해서도 예술에 관한 지식인의 눈이 아니라 흥미를 가진 관광객의 눈으로 읽혀졌고 평하여 졌다는 것을 먼저 말하고 싶다.

세계최초의 공공박물관이자 루브르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함께 3대 박물관으로 불리는 대영박물관의 명성 덕에 관람에 관한 욕심은 한껏 있었으나 현실적인 제약과 영국까지 날아갈 정도로 용감하지 못한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이 책의 등장은 무척 반가울 것 같다. 일단 허기진 궁금증의 일부분은 달래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전체적으로 전시물에 초점을 맞추어 작성되어 있다. 하나의 전시물에 관한 사진을 전면에 싣고서 그 전시물에 관한 설명을 덧붙이는 식이다. 설명에 있어서도 저자의 감상보다는 전시물의 형상을 자세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관람기’를 들려주기 보다는 스스로 관람하고 느끼도록 유도한 점이 이런 분류의 다른 서적들 보다는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한 페이지 가득 사진을 실어 읽는 이 스스로도 충분히 살펴볼 수 있도록 한 점도 이 책의 매력일 것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폼 내는 많은 전시품 중에서 일 부분을 선정하는 일이 어려웠을 것인데 서양의 그리스 유적, 이집트, 아시리아와 같이 눈에 익은 부분부터 미스킨, 사초방, 술탄마호메트처럼 낯선 풍경까지 다양하게 선택하여 보여준 점도 마음에 흡족하였다.

하지만 하나의 책이 모든 궁금증을 만족시킬 수 없듯이 이 책에도 나름대로의 약점은 존재한다. 먼저 나 와 같이 전시물에 대한 사전 지식이 많지 않은 이를 배려하지 않은 나열법이다. 어떤 특정 기준을 가지고 전시물이 순서대로 배열되었다면 읽기에 편했을 것인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각기 다른 전시물이 예고 없이 펼쳐져 조금 어지러운 느낌이었다. 또 너무 형태묘사에 집중한 설명도 아쉬웠다. 위에서 장점으로 거론 했듯 작가의 감상을 줄여 관람의 기회를 넘겨 준 것은 좋은 시도였으나 책을 읽을 나와 같은 초보 관람객을 위해 작품에 관한 자그마한 지식을 먼저 귀띔해주고 형태 설명에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드러나는 하나하나의 전시물은 아름답고 흥미로웠다. 하지만 습관처럼 지독한 선입견은 떼어 낼 수 없는 것인지 묘한 씁쓸함은 입가를 맴돌며 사라지지 않았다. ‘대영 박물관에 진짜 영국제는 수위밖에 없다’라는 쓴맛의 농담거리처럼,

대영박물관, 그것은 문화를 만들어간 인간으로서의 역사임과 동시에 문화를 파괴한 인간으로서의 역사이다.

그곳에는 인간의 창조물이라기에 너무 위대한 문화이자 인간이기에 만들 수 있었던 문화가 담겨 있지만 그것들이 그곳에 있기 위해 식민지에 약탈자로서 들어선 인간이 있었음이 책을 보는 내내 잊혀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서평을 ‘인간이 창조한 아름다움을 보는 것에 황홀했으나 책의 마지막 장을 닫을 때 아름다움에 속에 묻혀 있던 역사가 떠오름은 어쩔 수 없다.’ 라고 마무리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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