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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저넌에게 꽃을
다니엘 키스 지음, 김인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이 책의 존재에 관해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르제논에게 꽃을'이라는 일본 드라마를 접한 이후였다. 비록 단 한 회도 찬찬히 들여다본 적 없으나 그 제목만은 이상하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저기를 수소문해 겨우겨우 책을 구하고 또 한동안을 그렇게 흘려보냈다.
우연히 책을 잡은 것은 책을 산지도 한 달이 넘은 시간.
길고 긴 기차 여행에서 지루함을 견디기 위한 수단으로 책을 폈었고 결국 끝까지 덮을 수가 없었다.
책소개에 써진 몇 줄로 짐작되는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하지만 결코 상상하지 못했던 이야기 전개 방법과 찰리, 앨리스, 그리고 앨저넌의 아픔은 너무나 생생하게, 지나치게 크게 다가와 나를 휘감았다.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책을 덮어버리고 싶었는지 모른다. 찰리와 앨저넌의 질주가 격해지면 격해질수록, 책의 남은 페이지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더욱 극심하게 책을 놓아버리고 싶었다.
끝이 보이는 질주는 얼마나 사람을 아프고 지치게 만드는지 모른다. 그것이 나의 비록 나의 질주가 아니라할지라도...찰리와 앨저넌은 나의 미친 질주 이상으로 내 가슴을 깊게 파고 들었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인간으로 요구할 수 있는, 아니 생명으로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누구에게나 존중받으며 누구나를 존중해야할 권리와 의무를 우리는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고 있는 게 아닐까.
찰리의 지능이 비록 그 정점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할지라도 찰리는 그것만은 절대 잊지 않는다. 자신은 인간이며 누구도 자신을 짓밟을 권리가 없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찰리는 스스로 요양소로 떠난다. 자신의 친구 앨저넌에게 꽃 한 다발이 늘 함께 해주길 기원하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존재로서의 존엄성을 존중할줄 알았던 찰리에게 그 누가 정신지체아라고 돌을 던질 수 있을랴. 그 누가 그를 향해 비웃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