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모임에서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의 섭취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지인들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 탄수화물 없이 어떻게 살며, 고지방식은 아무래도 부담스럽고 무섭다는 것이다. 부러 빌려줄 만한 책도 여러 권 들고 갔지만 아무도 빌려가려고 하지 않았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극단적인 식사법으로 보였나 보다. 나의 10년 후를 보고 판단하시라고 큰 소리를 치기는 했지만, 그들의 무관심이 걱정이었다.
어떻게 접근해야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도 건강한 생활을 하도록 이끌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유전자를 바꾸는 식단’을 만나게 되었다. 세이버스 출판사는 ‘앳킨스 다이어트 혁명’ 이나 ‘탄수화물과 헤어질 결심’과 같이 대중들이 고지방식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발행해 오셨는데, 이번 책은 대중들에게 ‘1보 후퇴를 통해 2보 전진하겠다’는 선언을 내리는 책 같아 편집자님의 안목에 감탄했다. (편집자 코멘트를 읽는 재미가 있어 다음 책도 참 기대가 된다.) 세 권 다 읽기에 참 좋은 책이다.
1보 후퇴라고 한 이유는 책의 주요 내용이 고기만 먹거나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는 식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씨앗기름의 위험성이었다. 사실 직장인이다보니 외식이 잦아 어쩔 수 없이 카놀라유와 같은 기름을 부지불식간에 먹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위험하다고 하지만 한 두 번 먹는다고 얼마나 위험하겠나 하는 안일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책의 6장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무지한 인간이었는지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당장 학교 급식에서 매일 씨앗기름을 섭취할 내 아이에 대한 위기감도 들었다. 나름 단정하게 식단을 한다고 스스로 위로해 왔었는데, 알게 모르게 먹고 있던 씨앗기름은 간과한 것이 건강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던 이유였다는 깨달음도 들었다. 대중들도 막연하게 ‘아보카도유나 올리브유 같은 것들이 콩기름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고 인식하고는 있으니 이 책의 6장만 일단 읽어보라고 권하며 건강한 본래의 식단에 입문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여느 건강서와 어느 정도 비슷한 자연 재료를 권하면서도, 가공식품과 씨앗기름을 피하라는 부드러운 조언을 담고 있어 ‘할 만 하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