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모른 채로 사랑한다는 것 - 내가 하는 사랑이 정말 사랑일까, 물음 던진 적이 있었던가.
정상윤 지음 / 달꽃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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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속 저자는 모든 인물의 이름을 가명으로 썼지만 이 책은 에세이라 고백한다.

그는 스스로의 찌질함을 견디지 못해 공황장애에 빠졌다며, 정서적으로 하찮고 모자란 자신을 과감하게 찐따라고 정의하며 글을 시작한다.

본인 날 것의 정제되지 않았던 삶을 그대로 책 한 권에 투영하여 보여주었기에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상처와 쓰라린 고통이 더욱 피부로 와닿는듯했다.

어린 시절 유학 생활에서부터 이어진 차별과 공허함, 치대 입학이라는 부담감.
그의 삶은 마치 공황의 늪에서 유영하며 몸부림치다가는 오히려 늪에 더 깊이 빠질까 봐 더욱더 헤어 나오지 못하고 떠있기만 했던 나날들의 연속과 같았다.

뚜렷한 목표는 없이 마냥 자본주의에 성공한 코트 입은 남자가 되기를 바랐던 과거는 마치 끝없이 지하로 마냥 쇠락하고 있는 이의 소리 없이 몸부림치는 절규 같았다.

현재의 삶이 괴로워도 미래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고찰하며 아무도 없이 고립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 오히려 편안할 때도 있었다고 고백하는 저자.
그렇지만 그에 고립되어 있지 않고,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해 그는 고군분투한다.
정신과 치료, 철학, 산티아고 순례길에 이르기까지.

극복을 위해 많은 노력과 그 이후의 모습이 그려지며 삶에 대하여 고뇌하고 반성하는 일들이 반복되어 삶의 회의감 속 진리를 탐구하는 저자의 모습을 통해 나의 삶도 되짚어 보며 나 또한 독자로서 깨달음을 얻게 되는 시간이었다.

과거 스페인 순례길을 주제로 마냥 걸어가며 수많은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는 가르침을 얻었다는 TV프로그램을 보았었다.

또한 본문에 스페인의 한 학교에서는 순례길을 완주하면 학점을 주는 제도가 있다고 소개한다.
이렇듯 순례길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변하며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을 어렴풋이 들었었는데, 저자 또한 어느 울적한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그가 유일하게 활짝 웃을 때가 순례길을 추억할 때였던 것을 기억하고 완벽한 시간을 기다릴 수 없기에 바로 떠나 실행에 옮긴 후 우여곡절 끝에 순례길을 완주 해냄을 보여 주었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사랑을 받아야만 공허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
그러다 사랑에 집착하며 연애에서도 실패하던 미 성숙함을 갖던 그의 마음이 회복되어가며 육체적 건강까지 회복되고 이야기가 마무리됨에 따라 독자의 깨달음도 그와 함께 정비례로 성숙해지는듯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지 않는다라고 평생을 외치는 사람도 부모가 죽으면 좋은 곳으로 가길 빈다는 이야기에 공감하며 뜨끔했는데, 훗날 당신 곁에 없어도 서른 살의 저자는 어느 책방 한구석에서 언제나 독자를 기다릴 것이라는 말에 나 또한 믿음을 갖고 언제나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내 편이 생긴 것만 같은 안정감을 갖고 편안함 속에 살아갈 힘을 얻은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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