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0
오라시오 키로가 지음, 엄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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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어느덧 200권을 향해 달려가는 문동 세계문학의 190권은 우리에게는 이름부터 생소한 '오라시오 키로가'의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이 책에 끌린 것은 좋아하는 영화감독 중 하나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가 사랑하는 작가라는 출판사 소개였다. 

그리하여 그 중에서도 가장 추천하는 작품인 '목 잘린 닭' 과 '깃털 베개' 를 읽어 보았다.

과연 그럴만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먼저 '목 잘린 닭'에서는 이유모를 불행과 그 속에서 부부간의 갈등, 그리고 유일한 희망인 막내딸과의 잠시나마의 행복. 그리고 우연한 사건과 그로 인한 비극이 펼쳐진다. 

목 잘린 닭은 그 자체로서의 기능도 하지만 결국 마지막의 불행도 암시하는 이중적 의미였다.처음에는 그 괴물같은 아이들이 닭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속에서 기괴한 사건이 일어나는데 이 사이에서의 기막힌 서스펜스와 닭 그리고 피, 지는 태양등 다양한 색감이 조화를 이루어서 그야말로 영화화하면 꽤나 그럴듯 한 미장셴이 연출될 것 같았다. 이건 ' 타란티노'가 좋아하려나?


또 한 작품인 '깃털 베개'의 경우에는 알수 없는 병에 앓던 아내와 결국에 드러나는 괴물의 정체가 드러나는데 읽고 나자 마자 예전에 한참 방영했던 환상특급이 떠올랐다.

특히 마지막에 피를 쪽쪽빠는 장면은 괴물이 나도 모르게 생생히 살아나면서 그걸 기예르모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그 외에도 여러 작품이 단편집으로 꾸며져 있는데 강렬한 작품도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기 마련이다. 약간은 아쉽게 끝나는 작품도 있는데 단편의 매력은 아마도 그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자체로는 완벽한 작품이 아닐지는 모르나 그 사이에 여백이 많은 점이 이 작품집의 징점중 하나인것 같다. 그렇기에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사랑을 받은 것 같다


자기만의 창작적 가공을 하기 쉬운 부분이 많고, 영감을 떠올릴수 있는 작품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소설 혹은 만화가 원작인 작품에서 영화로의 각색은 감독의 독창성을 발휘한다. 박찬욱의 '올드보이'라던가 하루키의' 헛간을 태우다'가 영화'버닝'에서 변주된 것도 그러한 것이다.

그러한 점으로 이 책을 보다 보면 작품을 통해 나만의 창작적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라면 어떻게 장면을 구상하거나 대체할까 하고 말이다. 


4.

'사람을 자살하게 만드는 배'에서라면 나같은 경우에는 조금더 각색을 해서 마지막에 반전으로 희미하게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결말을 넣는것을 생각해 보았다.조금은 진부하지만 말이다.


'표류'의 경우라면 독사에 물려 죽는 이야기지만, 극한의 추위에서 얼어죽는 사람과 그 속에서 꿈을 꾸는 장면 혹은 죽음 앞에서 느끼는 환상을 주제로 이미 나온 여러 영화와 비슷한 맥락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일사병'이었다. 짐승들은 귀신을 본다는 속설과 덧븥여 결국에는 죽음의 사자와 마주치는 장면에서는 그 장면이 눈앞에서 생생히 떠올랐다. 귀신에 대한 기존의 공포물 보다는 주변의 어슬렁 거리는 죽음이라는 실체화된 물리적 존재가 그저 영혼이 아니라 하나로 합쳐지면서 죽음을 맞이 한다는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 외에도 결국 죽음은 거스를수 없다는 점 등 이러저러한 생각할 거리를 준 내 기준에서는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5.

책을 모두 읽은 후 표지를 다시 보았다. 일러스트가 꽤나 독특하다. 

왼손은 인간이 오른손은 해골이 타이핑을 하고 있다. 하트에서 해골로 그야말로 삶에서 죽음까지를 보여준다. 아마도 삶과 탄생은 사랑이라는 말로 그리고 해골은 죽음일 것이다. 그 속을 채우는 타이핑은 그 안의 책 제목을 관통하는 광기에 대한 표현이라고 생각 되어진다. 또한 삶과 죽음의 혼재를 이야기 하는 것도 같다.

그런데 저자의 이력을 보아하니 절로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곳곳에 '죽음의 사자'의 흔적이 역력하였다. 삶과 죽음 사이를 채우는 광기, 그것은 아마도 작가의 글들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미치지 않고서야 살아남기 힘들었을지도 모를 인생이었다. 그렇기에 힘든 상황속에서 이런 글들이 탄생되어진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고 보면 광기라는 것이 사전적 의미에서의 부정적인 뉘앙스만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한 미쳐버린 광기야말로 삶을 지탱하는 존재이자, 다른한편으로는 창작이라는 예술혼이 불타오르는 타이프라이터로써 작가에게 작동했다고 생각되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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