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미첼 - 삶을 노래하다 현대 예술의 거장
데이비드 야프 지음, 이경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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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임스 블레이크가 부른 그녀의 노래로 조니 미첼을 알게 되었다. 어느 카페에서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담담한 목소리와 피아노로 가득 채운 멜로디가 이상하게 와닿았다. 당시만 해도 음악 검색을 할 수 있는 앱이 없었던 탓에 들리는 대로 받아 적어 그걸 토대로 여러 번 검색해 겨우 알게 된 노래.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된 ‘A case of you’. 그때부터 들어온 그녀의 모든 노래가 내 감수성을 성장하게 했다. 그날 카페 사장님의 선곡이 아녔으면 어쩔 뻔했나. 영영 조니 미첼을 모르고 살았겠구나 생각하니 슬퍼지려 하기까지 한다.

그녀의 노래는 사랑과 기쁨, 혼란과 상실감 등의 감정들을 때론 시대적이고 사회적인 이상들에 대해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겪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조니 미첼의 노래는 남을 대변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조니 미첼의 노래는 자전적이다. 그녀의 모든 노래에는 그녀가 존재한다.

어느 소설가는 말했다. 국적이 아니라 말,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에 들어 있는 세계관과 경험, 역사와 욕망을 번역해내야 한다고. 과거의 나에게 조니 미첼은 제임스 블레이크가 커버한 ‘A case of you’의 원곡자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녀가 썼던 가사와 그녀의 깊은 목소리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그녀를 알게 되었다. 담담하게 뱉어내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오래도록 천천히 듣고 싶다. 글을 읽는 중간중간 귓가에 맴도는 노래를 찾아 듣느라 참 더디 읽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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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음악의 세계에서 조니 미첼은 누구나 아는, 혹은 알 것으로 여겨지는 ‘하우스홀드 네임’ 급의 뮤지션이다. 그녀는 20세기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이다. 여기에 굳이 ‘여성’임을 수사인 양 붙여서 그 영향력을 제한하는 헛수고를 할 필요는 없다.
_p.9

전엔 봐도 무슨 말인지 몰랐고 몰라도 아무 상관 없었던 단어 하나하나와 그 무심하게 결속된 이음매가, 누가 갑자기 스위치를 켠 듯 어찌 이리도 단번에 납득이 되는 걸까. 지나온 세월만큼 내가 성장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변한 건 그저 나의 시점이었다.
_p.13

조니는 말을 이었다. “《Blue》에서 나 자신에 대해 더 깊은 솔직함을 요구할수록 그 안에 스스로를 더 많이 털어놓게 되더라고요.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서 자양분을 제공하며,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해 주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하고, 영감을 줄 수 있는 그런 앨범에서요. 앨범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했어요. 삶의 회로에 저항하라. 그러려면 먼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회로에 저항할 필요가 있었죠.”
_p.278

그녀는 지나간 사랑들을 악마로 만들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 곡은 전 연인들이 아닌 그녀 자신에게 헌정하는 곳이 되었다. 그녀는 술 한 통을 다 마시고 똑바로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만약 이 곡이 다른 사람이나 존재에게 바치는 사랑 노래일 수 있다면, 그것은 조니의 회복력 덕이다.
_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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