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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말을 건네다
황진숙 지음 / 부크크(bookk) / 2021년 2월
평점 :
인문학 열풍이 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입시를 위한 도구와 수단으로써의 인문학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인문학은 인간을 알고 세상을 알아가고자 하는 진실함이다. 인간다운 삶이 무엇이고,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질문하게 하는 책은 결코 수준 높은 철학책만은 아니다.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그림책을 통해 그 순수와 감동을 맛보여주는 현직 교사가 있다.
『그림책이 말을 건네다』의 저자 황진숙은 아이들과 그림책 수업을 하는 초등학교 수석교사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20편의 그림책에 대한 자신의 감상과 사유를 보여줌과 동시에 각각의 그림책들을 활용해 어떻게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했는지 보여준다. 그의 수업 시간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주입식과는 거리가 멀다. 아이들에게 질문하면 아이들은 생각하고 답할 뿐 아니라, 아이들은 스스로 질문하고 글로 자신의 감상을 표현한다. 그림책에 대한 정해진 해석을 강요하지도 않고, 아이들 저마다의 해석과 느낌을 존중한다.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분출하는 열정과 신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림책이 말을 건네다』에는 아이들의 관찰하는 눈이 보인다. 그림책을 적극적으로 관찰하는 생기있는 눈망울들이 보인다. 한 마디로 ‘관찰 독서’이다. 저자는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바로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 주위에 선물처럼 주어진 모든 것들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길 희망하는 저자의 마음이 따뜻하다.
이 시대의 무서움은 무관심이라 할 수 있다. 타인의 아픔에 대한 무관심과 공감하지 못한 채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회. 그런 무관심은 시대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보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묻지 못하고, 묻지 않으니 나아지지 않는다. 관찰하고 질문하는 것. 그것이 인문학의 출발일 것이다. 세상과 인간을 알아가는 지평을 넓힘으로써 삶을 풍성하게 살아가기 위해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하는 삶의 요소이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그러한 ‘삶 교육’을 하고 있다.
『그림책이 말을 건네다』는 그림책이란 영유아기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게 한다. 저자가 아이들과 나누었던 그림책들 하나하나가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저자의 말처럼, “그림책은 0세에서 100세까지 읽는 책”이고 그 속에서 삶을 돌아보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아이들을 대하는 부모와 교사들에게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