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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 성육신에 관하여
아타나시우스 지음, 피넬로피 로슨.오현미 옮김 / 죠이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책상 위에 유명한 조직신학자인 다니엘 밀리오리의 <조직신학 개론>이 조폭의 어깨처럼 덩치를 자랑하고 있다. 양장본에 그 두께와 사이즈가 아타나시우스의 <말씀의 성육신에 관하여>는 백두장사 앞에 서 있는 금강장사 씨름 선수를 보는 것 같다. 골리앗 앞에 서 있는 이스라엘 백성 같다. 나 역시 골리앗의 가소롭다는 심정으로 아타나시우스의 책의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C.S.루이스의 서문이 나의 편견을 흔들어 털어낸다. 그는 이 책을 극찬하며 말한다. “요즘 나오는 책과 옛날 책 중 한 가지를 읽어야 한다면, 나는 옛날 책을 읽으라고 독자에게 권할 것이다” 루이스는 플라톤의 1차 자료를 읽는 것보다 그것에 대한 현대의 자료들을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하면서, 위대한 사람은 바로 그 위대함 때문에 현대 주석가들의 글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다고 한다. 그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고픈 마음과 함께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인 아타나시우스가 마카리우스(Macarius)라는 가상의 인물에게 말씀이 인간이 되어 우리 가운데 나타나신 일에 관하여 자세히 설명해주는 방식인데, 이는 누가가 데오빌로를 위해 기록했던 누가복음을 생각나게 한다. 아타나시우스는 4세기에 아리우스 논쟁으로 교회가 시끄러웠을 때, 완전무결한 삼위일체 교리를 지지하며 그리스도의 신성에 대해 일갈했다. 그는 여러 반론들과 질문들에 대한 변증적 설명을 통해 성육신의 필연성을 확증해주고 있다. 그가 제시하는 다각도적인 반론들과 답변은 질문하는 신앙을 통한 기독교 신앙의 합리성을 보여준다. 무조건 믿는 신앙이 아니라, 믿기 위해 이해하는 초기 기독교 신앙의 사이다같은 시원함을 맛보게 한다.
육신이 없으신 말씀이 육신의 몸을 입으심으로써 몸은 성전이 되었다. 죽음을 종식시키기 위해 죽음을 기다리셨으며 이 죽음을 서둘러 성취하셨다. 생명의 성전은 죽음 후에 그 몸을 다시 살려내어 영원히 썩지 않는 몸이 되었다. 말씀이 내주하시는 몸은 그 생명의 충만함을 통해 몸의 본질인 썩음을 성결하게 하신 것이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상실한 인간의 몸이 되어 그 몸으로 보여주시는 신적 역사를 통해 하나님을 지식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자신을 계시하셨다.
모든 철학은 소크라테스 철학의 주석이라 하지 않는가. 현대 기독교의 기독론과 구원론은 아타나시우스의 이 책에 대한 각주에 불과할 것이다. 밀리오리의 두꺼운 조직신학이 더 깊이가 있을 것이라 착각하지 마라. 이 얇은 교리적 책을 읊조르며 읽다 보면 그 어느 경건 서적보다 경건 생활에 큰 힘이 되고 생명이신 그리스도의 광대하심과 그 영광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다니엘 밀리오리 앞에 서 있는 아타나시우스는 골리앗 앞에 서 있는 다윗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