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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틴 피스토리우스.메건 로이드 데이비스 지음, 이유진 옮김 / 푸른숲 / 2017년 3월
평점 :
스릴러 소설일거라고 생각하고 책을 집어 든 이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괴상한 '사이코패스'의 이야기인가?
그러나 이 책은 자신의 몸안에 갇힌 유령소년의 '유령탈출기' 정도로 명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반전에 실망하였는가?
자신의 자전적에세이에 지나치게 영웅성이 부여된 이야기였다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은 여느 영웅들의 시련극복기와는 사뭇다르게 읽혔다.
마틴은 어느날 서서히 죽어갔고, 서서히 깨어났다.
그러나 굳어버린 몸안에 갇힌 영혼은 휠체어에 묶인 몸처럼 그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못한다.
어느날, 자신의 눈빛을 알아봐 준 사람들의 도움으로 서서히 세상밖으로 한발씩 내딛기 시작한다.
그러나, 시작은 거기서 부터였다.
마틴은 자신의 의지로 굳어버린 몸을 깨워낸 영웅, 장애를 극복하고 의사소통을 하며 자신의 생을 완성한 영웅이 아니다.
그는 그저 생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열정을 놓지 않는 평범하고 흔한 남자이다.
그래서 오히려 마틴이 깨어나는 과정에서의 희열보다도,
마틴이 깨어난 후 겪는 고민과 갈등에서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이야기의 투명하고 담담한 서술방식이 무엇보다 좋았다.
자신의 시련을 과장하지 않고, 극복기를 화려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그의 시련은 고된 것이었고 여전히 끝이 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생과 마찬가지로 그저 끝없이 고민하고 좌절하고 갈등하며,
치열하게 살아갈 것이다.
그 치열함 속에서 우리도, 그도 성공해 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