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림은 유령이 아니야 찰리의 작은 책꽂이
원유순 지음, 홍기한 그림 / 찰리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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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등 유수의 아동문학상을 수상해온 동화작가 원유순 님의 신작입니다. 얇은 동화책이지만 (1) 난민 문제에 대한 사회 일반의 합의 (2) 문학이 인간의 정신, 특히 유소년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 (3) 작가의 의무와 책임 등 생각할 거리를 풍부하게 던져주는 까닭에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30대의 독자이고, 실제로 이 책을 읽게 될 어린이들과는 인생관, 배경지식, 판단력, 속한

연령대의 평균적인 사고방식 등 여러 면에서 크고작은 차이가 있는 사람입니다. 다만 자녀에게 이 책을 읽힐지 말지 고민하는 부모님들이 계시다면, 저의 의견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내어 몇 자 적습니다.

 

2. 간략한 줄거리

 

주인공은 두 명의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입니다. 청각 장애인 아버지와 함께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는 한국인 금비와, 고국 예멘에서 일어난 전쟁을 피해 가족들과 대한민국으로 와 난민으로 지내고 있는 아랍인 카림. 금비가 1인칭으로 작중의 모든 상황을 전달하고, 그 초점은 처음에는 낯설고 마음에 들지 않던 카림과 서서히 우정을 키워가는 과정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돈이 없으면 태권도를 배울 생각도 하지 말라는 동네 학원의 관장님이나, 길고양이 루루가 시끄럽게 울어댄다고 빗자루로 때리려하는 꽥꽥 할머니 정도가 이 작품에서 발견되는 그나마 가장 못된 사람입니다. 반면 금비와 카림을 가엾게 여기고 자신의 사비를 써가면서까지 도와주는 편의점 알바생 난희 누나와 같은 조력자 형의 인물도 등장합니다.

 

3. 주요 인물에 대한 작가의 시선, 그리고 난민 문제

 

카림과 그 가족, 그리고 그들과 비슷한 처지의 다른 난민 가족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은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약자를 향한 연민, 더 나아가 자연인으로서의 난민과 그들을 수용하는 일에 지금보다 호의적인 태도로 임해달라 요청하고 있지요. ‘대한민국 땅에서는 태권도 승품 심사조차 받기 어려운, 우리는 유령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야라고 씁쓸히 내뱉는 어느 난민 남성을 향해 금비가 난민도 모두 같은 사람이에요! 유령이 아니라구요!’라고 절규하는 마지막 대목이 그 절정입니다. 저도 작가 분의 관점에 동의합니다. 어려움에 처한 동족에게 측은지심을 느끼고, 그들이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모든 인간의 의무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난민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 여부, 수용된 난민들의 적응을 돕는 일 등이 주된 쟁점입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주류 사회에 매끄럽게 편입되지 못한 난민들이 치안상 혼란을 일으키며 사회의 불안요소로 변할 수도 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지난 세기부터 인도주의에 입각하여 난민을 대거 받아들인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이 오늘날 겪고 있는 상황을 그 예시로 들 수 있겠습니다.

 

나아가 이민과 외국인 인력의 수용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이미 신생아수가 급감한 우리나라로서도 피할 수 없게 되었지요. 이미 지방에서는 초등학교부터 서서히, 토종 한국인과는 다른 생김새를 가진 학생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배경 하에 본작과 같은 책이 출판시장에 서서히 등장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4. 글월의 힘

 

이론과 기술 자체로서는 철저히 가치중립적인 과학/공학과 달리, 모든 글과 책은 반드시 저자의 사상을 반영합니다. 또한, 그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필연적으로 정치적인 문제와 엮여들기 쉽다는 속성을 지닙니다. 특히 유소년기에는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장성하여 살아가는 데에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다양한 관점 하에 쓰인 여러 책을 읽으면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건강한 판단력을 갖추도록 어른들이 잘 이끌어야겠습니다.

 

5. 덧붙임

 

- 책 표지의 주 색상을 예쁜 연두색으로 선택한 것이 다소간 파격적입니다. 아마도 같은 계열의 출판물들 사이의 색감 상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편집부에서 내리신 결정이라고 생각됩니다.

 

- 이 서평은 찰리북(@charliebook_insta)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귀한 책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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