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라지고 있을까

 

제목이 좀 특이했죠. 내가 사라지는 것이 싫다는 것일까? 사라지고 싶다는 것일까?

부제- 타인과 함께하는 가장 이기적인 생존전략, 포용

제 경우는 포용이라고 하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감정적인 포용이 아닌 이성적인 포용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자는 많은 책들을 읽으며 포용이라는 큰 주제로 묶어 얘기합니다. 저자의 참고서적 중 제가 읽은 책이 거의 없어서 제 독서량의 짧음과 편식을 다시 한 번 반성했습니다. 제가 평소에 잘 읽지 않던 다양한 분야들의 책 내용이 서술되어 있어 잘 요점 정리된 요약본을 공짜로 얻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제가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혼혈인들에 대한 태도 변화입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단일 민족의 우수성을 많이 내세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혼혈인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습니다. 요즘에는 다문화 가정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더군요. 또한 재미있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서 유명해지면 우리는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소위 잘 나가면 좀 배 아파합니다. 모든 경우에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요. 제 생각에는 이중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새 우리나라와는 상관 없을 것 같았던 국적의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생각은 못 사는 나라에서 돈 벌러 우리나라에 왔구나, 약간은 무시, 또한 피부색에 따라 다르게 선입견을 가지고 봅니다. 책에 나온 표현으로는 잡종이라고 함부로 판단하고 거부할 대상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유전학적으로는 잡종이 오히려 변화에 잘 적응하고 강한 생명력을 가졌다고 얘기하네요.

 

제가 사는 동네에도 가끔 (아마도 동남아시아에서 온 아가씨겠죠.) 약간은 얼굴이 달라보이는 학부형을 봅니다. 전 그 때마다 생각합니다. 언젠가 그런 사람을 보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을 때가 오겠지. 제가 어릴 때 아빠는 한국인이고 엄마는 베트남인 사이에서 태어난 형제자매를 알고 지냈습니다. 제가 어린 나이였지만 전 어른들의 태도에서 그들을 다르게 대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아마도 어른들의 그런 태도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 같습니다. 

어제는 우리 큰 애가 한 책을 읽고나서 너무나 슬퍼하며 엄마, 엄마도 이 책 꼭 읽어봐.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야 하면서 추천해 준 책은 한국인과 흑인 사이의 혼혈아 이야기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거기에 나온 아이들은 혼혈아이를 심하게 놀립니다. 놀림을 당하는 당사자는 너무나 어린 나이지만 자살하고 싶어합니다. 우리는 놀리는 사람에서 놀림을 당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르다는 것이 나쁜 것이거나 틀린 것은 아닌데 우리는 쉽게 비뚤어진 눈으로 그들을 바라봅니다.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이나 몇년 살다 온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심한지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자연, 역사 속에서, 기업 환경에서 사회 속에서 그리고 개개인에 있어 포용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포용은 남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나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저는 제 자신이 책에서 얘기하는 새침데기는 아닌 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 자신의 틀이 너무 많아서 사람들은 그 틀 안에서 보고 판단하고 제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있지 않은 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조금은 힘들게 느끼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았습니다. 내가 한 쪽 면만 보고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닐까?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면 나를 좀 비우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공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난 신이 아닌데 완벽할 수 없는 데...

 

싱가폴에 가서 거리를 걸어다니고 버스를 탔을 때 참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말로 다양한 인종, 나라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다 똑같은 얼굴의 한국과 너무 차이가 났지요. 처음엔 너무나 그게 이상하고 어색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표정에서 저를 전혀 특이하게 보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편안함이 느껴지고 멋져 보였습니다. 제가 싱가폴의 그 인상 하나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분위기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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