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한 얼굴
엄지용 지음 / 별빛들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시란 무엇일까?  시는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과 감정을 음악성 있는 함축적인 언어로 쓴 짧은 문학양식이다.시는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하고 있다. 엄지용작가는 말한다 '시의 모양을 설명하는 일과 , 구분 짓는 일은 위험하다고 시인은 오직 시를 놓아두는 사람, 시는 온전히 읽는 사람의 것'이라고 말한다. [나란한 얼굴] 이 책을 쓴 엄지용(지혜롭고 용기있는) 작가는 그의 시에서 앞으로의 시문학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학창시절에 많은 유명한 시들을 배우지만 사회에 나와선 접하기 여간 쉽지 않은 장르이기도 하다. 그래서 출판사가 시집을 출판하기 꺼려하나보다. 왜? 잘 안팔리니까..그러나 이 책을 출판한 [별빛들]은 권력(문단)과 자본(출판사)에 얽매이지 않고 기존의 방식과 형식으로부터 자유로우며 능동,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문학 작가들과 협업, 그들의 작품을 출간하여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문학 출판 레이블이다. 


젠가

너의 말위에 내 말을 얹고
그 위로 너의 말을 얹고
그 위로 또 나의 말을 얹고

그것들의 반복으로 
덩치 커진 우리에서 
다시 너의 말을 빼고
나의 말을 빼고
그러다 무너져서 말들은 잔해가 되고 부서지네

사랑한다는 그 말은 
제일 나중에 얹을 걸 그랬지
언젠가 했던 그 말 빼고 나니
우리는 잔해가 되고 부서지네 (p64)

연인끼리 주고 받는 수많은 말들 가운데 사랑한다는 말을 가볍게 쓰고 또 다시 뱉은 말을 거둬드리는 행동들을 젠가라는 사물에 비유한 시 같았다.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나 좋고 들으면 상대방을 행복하게 하지만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 우리가 주고 받는 모든 말속에 진심이 없다면 시인의 글처럼 결국 부서지고 마는 관계가 될 수있다는 생각을 했다. 

카페에서 아이가 갑자기 크게 웃었고, 옆 테이블 어른은 아이를 오랫동안 째려보았다. 집에 가는 길엔 한 아이가 자기가 먹던 빵을 뜯어 비둘기에게 던져주었고, 그 모습을 본 엄마는 기겁하며 아이를 뜯어 말렸다. 눈 내린 땅이 눈보다 차가워서 쌓이기만 한다. 녹지 않을 것이다. [빙판길] 에서..(p23)

지혜롭고 용감하게 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엄지용 작가는 젊었다. 이름 만큼 그의 시에는 용감하게 세상을 바라봤고, 시의 모양을 설명하고, 구분짓는 일은 어렵지만 시를 놓아둔 그 작가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은 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는 사물을 따뜻하게 바라봤고 그 따뜻함이 시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됐다.

'저 사람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을 하나씩 늘리는 것 

저 사람이 행복하면 내가 좋겠다는 거니까
결국 내 행복의 확률을 높이는 일   [행복의 확률]에서 (p26)

늦은 저녁 
누이에게 사진 한 장 날아왔다

우주가 있다
그 어두운 우주 가운데 영롱한 은하수 하나 보인다
그리고 그 가운데 별 하나 반짝인다
...

너는 무려 은하수란다.
사랑아
수백억의 사랑아      [조카]중에서 (p49)



​정말 오랜만에 읽은 시 엄지용시인의 [나란한 얼굴]을 보며 겨울 끝자락에 눈한번 보고 시한번 보는 모처럼 감상에 젖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  
최근 한 드라마에서  시집은 돈이 안된다고 출판할 수 없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시집 출판하기 어려워, 돈을 모으려 정수기를 팔고 비데를 판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옥탑방에 쓸쓸히 죽음을 맞이 하는 시인도 나온다. 출판사 팀장은 이러다 시가 없어질거라며 울부짖는다. 
나는 시를 잘 모른다. 그러나 시는 내 딱딱하고 메마른 내 마음에 감성을 싹 티우는 단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꼭 시인의 다른 시집은 돈주고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본 리뷰는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별빛들]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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