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바쁜 아빠 때문에 외로운 한나가 주인공인데 고릴라를 너무 좋아해서 고릴라 책을 읽고, 그림도 비디오도 다 고릴라에 대한 것입니다. 생일 전날 한밤중에 잠시 깬 한나는 고릴라 인형 선물을 발견하고,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아빠를 대신한 고릴라와 동물원에도 가고 극장에도 가고 춤도 춥니다. 드디어 생일날 아침! 어떤 일이 한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슬프고도 아름답다! 그림책<고릴라>에는 이런 감정이 다 녹아 있습니다. 바쁜 가족 때문에 사랑과 관심이 늘 부족한 우리 사회 한구석의 슬픈 어린이의 얼굴과 가족의 작은 사랑에 기뻐하는 어린이의 얼굴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그림이 처음엔 얼핏 어색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곧 그 사실적 묘사가 큰 감동으로 몰려 옵니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눈에 띄는 큰 그림에서 세세한 작은 귀퉁이 한 부분까지도 그 느낌을 더해 줍니다. 글과 그림이 하나인듯 결코 떼어 놓을 수 없는 탁월한 작품입니다.숨은 그림찾기를 하는 듯 그림책 곳곳에 고릴라 그림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주인공이 고릴라를 좋아하는 아이임을 느끼게도 해 주며, 순간순간 재치 넘치는 유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바쁜 아빠와 마주앉은 아이를 그린 그림을 흰색과 창백한 하늘색으로 표현한 점과, 어두운 방에서 텔레비전이 비추는 동그란 불빛 안에 덩그러니 아이를 혼자 앉게 표현한 점이 아이의 외로움을 더 강하게 느끼게 합니다. 가슴에 오래오래 남을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