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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ㅣ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
김선아 지음, 김광배 그림 / 현암사 / 2000년 11월
평점 :
어느새 우리 사회는 돈, 명예, 겉모습만이 전부가 되어 버린 듯 싶다. 그런 것들로 판단하고 우위가 매겨지고, 정작 세심히 들여다 보아야 할 속 마음, 정신적인 것들은 뒷전이다. 경건한 수도승의 모습이나, 속세를 떠나 마음을 닦고 수행하는 건 이미 옛날얘기가 되어 버렸고 그 위에 돈이 더 큰 가치로 자리잡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불교의 가르침을 배운다는 스님이 오토바이를 타고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도로 한가운데를 질주하는 걸 본 적도 있다.이 세상을 사는 사람들 모두가 오직 순간순간의 쾌락만 찾아 이젠 더 이상 정진하는 수행의 모습같은건 볼 수 없게 되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어지러운 세상에,불자 '성진'은 인간세상에 내려가 속세의 허무함을 깨닫고 지금 속세의 물질만능주의가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보여 준다.
성진은 육관대사의 수제자로서 오직 순수하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던 불자이다. 8선녀를 만나 잠시 몇 마디를 나눈 후로 선녀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 앞에 아른아른거리고 마음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생각을 맑게 하여 기도하고 정진하는 것이 불자의 모습인데,성진은 마음속을 불순하게 했다는 죄로 8선녀와 함께 인간세상에 보내진다.속세에서 성진은 '양소유'라는 이름의 사내로 다시 태어나고 점차 총명하게 자라면서 한 명,한 명 8선녀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
양소유는 벌로 인간세상에 왔다지만, 다른 평민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지 않는다. 본디 하늘의 사람이어서 그랬는지 어려서부터 똑똑하고 건실한 인물로 자랐다. 그는 장차 과거급제하여 큰 벼슬을 얻고 왕의 총애를 받으며 적국의 군대를 소탕하여 입신양명 한다. 부를 얻고 아름다운 8선녀들을 만나 남 부러울 것 없는 탄탄대로를 걸어 편안히 행복한 한 평생을 누린다.그러나 성진이 깨어보니 양소유는 사라지고 그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지금 내가,우리가 바둥 바둥 거리며 힘들게 일궈가는 이 속세의 하루하루가 그렇게 덧없는 것이다. 돈도 명예도 겉모습의 아름다움도 다 한순간임을. 지금 우리가 갖고 싶어 안달을 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엔 다 소용없는 이기심에서 비롯되었을 뿐 아무것도 아니다. 부와 가난, 소유하고 있는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전혀 중요한게 아님을 안다. 하지만 여기서 좀 더 깊이 생각 해 봐야 한다. 속세가 부조리하다 하여 바깥세상과 떨어져, 성진처럼 기도와 수행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만이 옳은 길인가?
세속세계에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한의 온갖 명예와 부를 누리는 '양소유'와, 불교의 가르침대로 정진하며 한평생을 살려는 '성진'의 모습 모두 완벽하게 채워질 수 없는 부족한 면이 있다. 양소유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사용 할 줄 알았지만 매일같이 정진하며 마음을 정화하는 과정이 없었다. 성진은 겉으론 물론이요, 생각이나 마음에서도 한치의 어긋남 없는 독실한 불자의 삶을 택했지만 우리가 사는 지금 세상에서 성진의 정진하는 자세와 같은 걸 기대하는 것도 힘들뿐더러, 그렇게 사는 것은 오히려 너무 꽉 막혀 있다는 느낌을 준다.
성진의 깨끗한 삶의 자세와 양소유의 자기 발전하는 모습을 적절히 배합하자.부정부패와 온갖 악한 것에 물든 것들에 섞이지 말고 성진이 수행하는 자세로 자신을 이끌어 나간다면 그 자체로 불자일 수 있을 것이다.세속적인 물질문명에 빠져 욕심만 부리는 이기심덩어리가 아닌,몸과 마음을 깨끗이하는 것, 그 것으로도 우리에게 뭍은 때를 벗길 수 있다.그리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모든 걸 성실히 한다면 더 이상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성진이 그랬듯 자신을 뒤돌아 보고 반성하고 수련하는 것. 그리고 양소유처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 그 둘의 모습에서 우리의 이상향을 볼 수 있다. 이 세상과 함께 흘러가면서도 그 속에 뭍혀버리지 않는 지혜,그 것이 이 책이 주는 교훈이고 깨달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