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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산호 그림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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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상당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작가는 두 가지 장치를 이용해 소설에 속도감과 몰입감을 부여하는데, 그 덕에 책을 펼치고 단 한 번 멈출 새도 없이 읽어내려가게 됩니다.


그 두 가지 장치는 이러합니다.


첫째는 '우주 문명에 어울리는 표현'과 '여러 도구들에 대한 기술적 설명'을 통해, 충분한 '낯섦'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일기가 등장하기 전의 초반부 이야기는 전혀 좀비물로 생각되지 않습니다. 아포칼립스적 세계관과 종말을 앞둔 인간의 투쟁이 좀비물의 공식이라면, 앞부분의 이야기는 그런 공식과는 무관합니다. 주인공의 이름을 K-기준과 같은 식으로 표현하고, 우주, 미래 문명에 어울리는 단어들을 사용하며, 우리는 자연스레 지금의 우리와 분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때문에, 분명 첫 부분부터 좀비가 등장하지만, 좀비에 저항하는 지구 개척대의 모습은 좀비물 속의 일반인보다는 외계인에 저항하는 우주 원정대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작가는 이처럼 우주 원정대의 인물들과 우리를 철저히 분리합니다.


이후 K-기준이 일기를 발견하고, 일기가 액자식 구성을 통해 소설 내부의 이야기로 등장할 때부터 소설은 상당한 속도감과 몰입감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앞 부분의 내용을 통해 거리감을 유발한 만큼, 완전히 현재와 같은 시간, 공간을 공유하는 일기의 내용은 더 큰 몰입감을 만들어 냅니다.


여기서 두번째 장치가 등장합니다. 일기 속의 내용이 사실 진짜 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일기 속의 주인공은 이름이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마치 일기 속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몰입하게 됩니다.


일기의 이야기는 책을 읽는 우리와 동일한 시간대, 동일한 공간에서 전개되며, 실제 우리를 좀비 사태에 데려다놓게 됩니다. 일상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세계 뉴스 속 코로나 19로 혼란스러운 세상과 어쩌면 겹쳐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결국 소설은 K-기준과 일기 속의 주인공이 모두 새로운 출발을 하며, 열린 결말로 끝이 납니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남기고선 말이죠. 갑자기 급한 마무리로 이야기가 끝나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책의 대부분을 몰입감과 속도감을 충족시키려는 목적에 할애했다는 측면에서, 마무리에 많은 페이지를 소비하지 않은 점은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작가는 액자식 구성과 장치를 적절히 사용하여 장르소설의 재미를 잘 살렸습니다. 충분한 몰입감을 위해 거리감을 유발하고, 이후 액자식 구성에서는 좀비물로서의 재미를 잘 살린 것입니다.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시간이 나면 한 번쯤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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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센터 : 골든 아워 1~5 세트 - 전5권
한산이가 지음 / 몬스터(다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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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도 재밌게 봤었고, 요즘에 웹툰으로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 재미야 당연히 보장되어 있고, 삶의 경계에서 사람들을 살려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백강혁 교수와 노예들의 노력에 매번 읽을 때 마다 마음 깊은 곳이 울리는 듯 합니다. 예약 판매 정말 기대됩니다~ 평생 잘 소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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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나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은 적이 있을 겁니다.

'나는 누구지? 내가 느끼는 것이 상상은 아닐까?'

저 역시 어릴 때부터 비슷한 질문을 던졌고, 고등학생이 되어 만난 사르트르는 저에게 나름의 해답이 되어주었습니다. 인간은 던져진 존재이며 스스로를 만들어 나간다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말의 주인공입니다. 

물론, 존재에 대한 문제는 결과적으로 입증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존재에 대한 질문과 나름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저는 자연스럽게 수학과 물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수학과 물리를 통해 세상과 우주를 더 알아갈수록, 저는 스스로의 존재를 더 명확히 알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거울이 더 맑고 깨끗해질수록, 제가 더 잘 보이는 것처럼요.

비록 수박 겉핥기 식의 얕은 탐구였지만, 우주의 언어로서 수학과 물리는 늘 나름대로의 정답을 제시해주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소개해드릴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을 통해, 저는 스스로에게 정답의 완전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1강에서 3강까지 저자는 명료한 논리적 흐름으로 내용을 전개합니다.








기하적 증명을 통해 완성된 <프린키피아> 속 뉴턴의 운동법칙은 물리적인 관찰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탄생했고, 이는 수학적인 공리와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 이후 '공리'로 받아들여졌던 역학 체계는 완전히 흔들리게 됩니다. 


그보다 훨씬 이전 수학 역시 한 차례의 흔들림을 겪게 됩니다. 피타고라스 시대, √2 의 발견은 수 체계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들었고, 기하적 증명이 유행하는 시대적 흐름을 만들게 됩니다. 물론, 기하적 증명 역시, 유클리드 기하학이라는 체계를 벗어나면 완전히 다른 결과를 보이곤 합니다.





이러한 체계 자체에 대한 의문은 현대에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시적 세계를 서술하는 양자역학은 우리의 직관과 반하는 결과를 보이고, 때로는 수학적 계산과도 다른 결과를 만들고는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경험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물리학과 수학의 체계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수학, 물리학, 기하학을 넘나들며 저자는 체계에 대한 의문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튜링 기계와 알고리즘까지 이어진 이야기가 끝나자, 저는 하나의 답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수학은 일종의 약속 체계가 아닌가?

'다른 학문과 달리 수학은 정답이 도출된다'는 일반적 생각과 다르게, 수학은 일종의 약속을 전제로 하고, 그 약속에 따르면 어떠한 정답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는 전제되는 약속이 다르다면, 정답 역시 다르다는 뜻과 같습니다.

이는 컴퓨터와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습니다. 컴퓨터는 일종의 계산기로서,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단순한 계산의 연속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계산기이기 때문에, 우리는 컴퓨터의 계산이 맞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컴퓨터의 계산 역시 약속된 체계 위에서의 계산입니다. 그렇기에 체계가 바뀌거나, 체계 자체를 벗어나는 계산이 이루어지면 그 계산의 신뢰성은 담보할 수 없습니다. 예컨대, 컴퓨터에서 소수점 아래를 표현할 때 이진수의 합을 사용하는데, 이때 이진수의 합으로 표현되지 않는 숫자가 있을 수 있고, 이는 근사값으로 계산합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정밀한 계산에서는 오차가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 수학으로 돌아와, 수학 역시 하나의 약속된 체계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수학을 통해 내린 정답이 완전하지 않다는 뜻이며, 근사한 값이거나 혹은 체계 위에서 약속된 값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이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수학 역시 완전하지 않다는 인정으로 이어졌습니다. 나아가 과학적-수학적 지식에 대한 저의 맹목적 신뢰에도 의문을 남겼습니다. 이는 모든 지식이 완전하지 않다는 허무주의적 태도와는 다릅니다. 되려, 수학적 결과가 옳지 않을 가능성을 인정함으로써, 다른 가능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동기가 되어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쩌면 과거에도 과학자들이 이런 가능성을 포용하기 시작하면서 양자역학도 등장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이제 저자는 4강에서 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논리적 사고와 논리 체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일반적 대화와 문장에서의 도구를 제시하며 4강의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가제본된 책을 제공받은 저로서는, 앞으로의 이야기가 정말 궁금해 미칠 지경입니다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정식 출간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저는 도서관에서 빌린 <수학이 필요한 순간>을 읽고 있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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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네모 로직 PLUS 2 네모네모 로직
제우미디어 지음 / 제우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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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때부터 퍼즐 게임을 좋아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미로, 직소 퍼즐 등을 즐겼고, 고등학생 때부터는 솔리테어, 스도쿠와 같은 논리적인 게임을 즐겼습니다.

이런 제가 네모네모 로직(노노그램)에 빠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네모네모 로직은 손맛이 중요한 놀이입니다.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에서 더 편리한 스도쿠와는 달리, 네모네모 로직은 직접 X를 긋고 칸을 칠해가며, 종이로 풀이를 진행하는 맛이 있습니다. 전체 그림의 윤곽이 점점 드러날 때 그 재미는 더 커집니다.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갖춘 네모네모 로직 게임이나 사이트가 많음에도, 굳이 다시금 종이 퍼즐을 찾게되는 이유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네모네모 로직 PLUS 2>의 출간은 대단히 반갑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크기입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다른 네모네모 로직 책은 비교적 크기가 작아, 35x35 크기 이상의 고난이도 문제를 풀 때는 조금의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특히나 최고 난이도의 문제에서는 더욱 그랬는데, 이번 책에서는 그런 단점이 많이 해소가 되었습니다.

직접 50x60 최고 난이도 문제를 풀어보면 이번 책의 장점을 몸소 느껴보았습니다. (2시간 정도 걸렸네요. 만만찮습니다;;)

(푸는 과정 사진입니다)





풀다보니까 손도 새까매졌네요



완성된 그림을 스포당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이 사진을 뛰어넘어 주세요 :)



두번째 장점은, 적절한 난이도 구성입니다. 개인적으로 가볍게 즐기고 싶을 때는 20x20에서 35x35 크기의 퍼즐을 가장 선호하는데, 해당되는 크기의 퍼즐이 충분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 난이도는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도 집중해서 풀면 무리없이 접근 가능한 난이도라, 구성에서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하의 난이도도 공간을 잘 활용하여 충분한 양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크기에 비해 높은 난이도의 퍼즐도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급편과 같이 높은 난이도의 퍼즐만 모아놓은 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도 차근차근 단계를 높여나가며 퍼즐을 즐길 수 있고, 어느정도 숙련된 분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가장 쉬운 난이도의 완성 사진입니다. 그림을 스포당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이 사진을 뛰어넘어 주세요 :)



네모네모 로직은 정말 재밌는 놀이입니다.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막막함이 앞서지만, 단서를 찾고 조각들을 채우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어 있습니다. 채우다 보면 가속이 붙는 점은 스도쿠와 비슷하고, 하나의 그림을 조각조각 맞춰나간 다는 점에서는 직쏘와 비슷합니다. 참 매력적인 퍼즐입니다. 스도쿠나 다른 논리 퍼즐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 입문이 쉬운 것도 큰 매력입니다. 고등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즈음, 반에서 네모네모 로직이 유행하여 책 한권을 사서 다들 한 장씩 찢어 나눠풀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반가운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늘 좋은 퍼즐을 출간해주시는 출판사에게 감사드리며, 네모네모 로직을 접해보고 싶은 분들과 네모네모 로직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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