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유물에 있다 - 고고학자, 시공을 넘어 인연을 발굴하는 사람들 아우름 27
강인욱 지음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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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마음을 온전히 뺏긴 영화가 있었다. <인디아나 존스>. 주인공은 인류사에 큰 의미를 갖는 유물을 찾고 있는 고고학자였다. 그는 갖은 어려움을 뚫고, 결국 유물을 찾게 된다. 그 과정이 너무 실감나고 드라마틱해서 고고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낭만적으로 생각되었다. 그렇지만, 막상 고고학은 실 생활에서 별로 보기 힘든 단어였고, 여러 가지 바쁜 일에 치여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존재하는 단어가 되었다.
 
기쁘게도 한 고고학자의 책 한 권이 깊이 잠들어 있던 호기심을 깨웠다. 강인욱 교수의 진실은 유물에 있다. 저자는 그가 실제 발굴에 참여했던 현장을 중심으로 고고학의 여러 이야기를 맛깔나게 전한다
  

 

 


무엇보다도 저자가 실제 경험한 고고학 현장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마주 보고 손을 부여잡은 채 누운 어머니와 아들의 무덤, 가족으로 생각되는 어른의 무릎 위에 아이를 올려 놓은 무덤의 이야기. 유목민들이 함께 모여 불을 피운 다음 서로 나누는 의식을 행하고 그 불씨를 묻은 이야기도 있었다. 사실, 옛 왕국의 유물과 보물을 찾는 것이 고고학의 중심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고고학의 목적은 화려한 보물찾기가 아니라 과거 사람들의 삶을 밝혀내는 것이다. (36)
 
고고학은 파편만 남은 유물을 매개로 과거와의 인연을 잇는 학문이다. 고고학자가 발굴하는 유물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인연의 끈인 셈이다. (131)

 
고고학자는 대체 어떤 일을 할까? 이런 생각을 해 본적이 있다. 아무도 찾지 못했던 중요한 유물을 발견하고, 그것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 예전에는 이렇게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저자는 그 유물을 발견하기 전까지의 고단한 삶을 말한다.
 
본격적으로 대학원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고 발굴장을 찾아갔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은 고무장갑을 끼고 갓 발굴해 온 토기들을 칫솔로 문질러 닦는 일이었다. 흙을 뒤집어쓰고 허리도 제대로 못 펴면서 흙 구정물 속에서 솔질을 하는 내 모습이 참 불쌍해 보였던 것 같다. (133)
  

그릇 한 조각, 뼈 한 점을 허투루 보지 않고 쉴 새 없이 연구하는 고고학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들의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가 과거의 생활상을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것 아닐까
  

 

 


책 곳곳에는 여러 유물들의 이야기와 함께 사진도 실려 있다. 이를 뽑는 장면이 표현되어 있는 황금 단지, 불씨를 담던 나무 그릇, 초원 민족의 금수저, 뼈를 갈아 만든 칫솔... 거대한 도시터, 화려한 금관만이 아니라 이런 소소한 것들이 중요한 유물이 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진실은 유물에 있다. 이 책을 통해 고고학자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살펴본 것 같다. 또한 고고학이라는 학문의 매력도 느낄 수 있었다. 이제야 고고학이라는 큰 도자기의 한 조각을 맞춘 것 같은 느낌이랄까.

책의 말미에는 대표적인 고고학자들의 삶을 전한다. 구처기, 니콜라스 위트센, 진평이... 이름도 잘 몰랐던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박물관에서 편히 유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생존조차 힘든 곳에서 지금도 과거의 모습을 발굴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샘터 네이버 공식 포스트  http://post.naver.com/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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