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가르다 - 제6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51
김혜온 지음, 신슬기 그림 / 샘터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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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바람을 가르다를 읽었다. 초등학생 찬우는 장애가 있었다. 바로 뇌병변. 그래서 말이 어눌하고 절뚝이며 걷는다. 그런 찬우에게 일주일간 용재가 도우미가 된다. 용재는 찬우와 완전히 다른 아이다. 학교 현관문을 깰 정도로 장난꾸러기에다가 매일 뛰어다니는 천방지축이다. 바람을 가르다는 확연히 다른 찬우와 용재가 어울리는 모습을 담았다.
 
다 왔다. 이제 내리막길이야. 천천히 갈게. 그래도 꽉 잡아.”
자전거가 내리막길을 달렸다. 가슴이 쑤욱 내려앉고 배꼽이 어딘가로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았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느낌에 나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30)

 
아마 처음 자전거를 타봤을 찬우. 그가 경험한 아득하지만, 짜릿한 기분이 내게도 전해진다.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나 역시 기분이 상쾌해지고, 찬우와 용재를 응원하게 된다.


흔히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작품에 나오면, 전형적으로 펼쳐지는 내용 전개가 있다. 우선,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도와 어떤 성취를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장애인 스스로 용기를 내어 무언가를 이루고 성장해가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와는 달랐다. 특별한 장치 없이 그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모습을 담담히 그렸을 뿐이다.
 
장애를 극복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이야기 말고,
무조건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이야기 말고,
어떤 장점으로 인해 비로소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 받는 이야기 말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서로가 서로에게 스미고 물들어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99)

 
작가의 수상소감이 인상적이다. 책에 실린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도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었다. <천둥 번개는 그쳐요?>는 자폐증 오빠를 돌보는 동생과 가족들을 담고 있다. 모든 초점이 오빠에게 맞춰 있어 답답해 하는 동생의 이야기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해가 서쪽에서 뜬 날> 역시 자폐증 아이 유빈이 나온다. 유빈이의 담임은 무뚝뚝하고 외모가 무서운 마 선생님. 유빈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한 선생님과 유빈이가 서로 치유되어 가는 이야기이다.
 
세 편 모두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 공감이 된다. 과연 내가 찬우라면, 용재라면, 자폐증 가족이 있다면..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어둡고 장황하게 풀지 않고, ‘우리의 이야기로 들려준 작가가 고맙다. 이처럼 좋은 동화가 앞으로도 계속 써지길 기대한다. 어린이들뿐 아니라, 삶에 지친 어른들도 시원한 오아시스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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