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슬픔을 마주할 때 내 슬픔도 끝난다 - 이미령의 위로하는 문학
이미령 지음 / 샘터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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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십, 수백 권씩 쏟아지는 신간. 책의 홍수 속에서 좋은 책을 찾고 읽기란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날이 갈수록 세련되어지는 표지와 달콤한 마케팅 방법은 더욱 책을 고르기 어렵게 한다. 좋은 책을 소개해 주는 멘토가 있다면 어떨까?

 

책을 사랑하는 작가 이미령이 내겐 그랬다. 그녀의 신간 타인의 슬픔을 마주할 때 내 슬픔도 끝난다를 통해.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줄거리만을 쭉 나열한 책도 아니다. 한 권 한 권 작가가 애정 깊이 읽고, 그 속에서 삶의 정수와 의미를 길러 올린 책이 분명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대작 그리스인 조르바. 작가는 이 책에서 자유인 조르바를 발견한다.

 

자꾸만 사람들이 쪼그라들어 갑니다. 사람들이 뭔가에 잔뜩 길들여지고 주눅이 들어 기를 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게 보기 싫습니다. 남자답게 여자답게 맘껏 당당하고 속에 들어 있는 끼를 부렸으면 좋겠습니다. (194)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를 통해서도 작가는 한 필경사의 외침을 듣는다.

 

꽉 막힌 세상,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세상. 인정이 수취인 불명으로 되돌아오는 세상, 능률과 성과가 우선이어서 지체되는 것은 재빨리 폐기 처분해야 하는 세상, 그 속에서 버티려면 감정도 의지도 죽여야 하는 세상. 이미 자신의 선택이랄 게 전혀 없는, 남에 의해 정해져 있는 세상. 바틀비의 삶은 이런 세상에 대한 항거였습니다. (134)

 

작가가 언급한 책은 총 34. 페스트, 어린 왕자등의 고전부터 알바 패밀리, 미생등의 최신 한국 작품까지 작가가 고른 책의 스펙트럼은 넓다. 꼼꼼히 상고하며 읽었을 작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무엇보다 책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 가슴에 남는다.

 

책이란 이렇게 작고 여린 것들의 아우성임을 알게 되면서, 그 아우성이 바로 내 안의 웅얼거림이었고, 세상을 향해 내가 뱉고 싶던 소리였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그리고 나와 세상과 책 속의 등장인물 사이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분명 당신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당신도 나처럼, 책 속의 등장인물처럼 작고 여린 존재입니다. (22)

작가는 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펼쳐 등장인물의 아우성과 당신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졌다.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 이 아름다운 계절에 책을 읽고 싶다. 단순히 책을 읽고 덮어버리는 것이 아닌, 삶의 자리에서 책의 등장인물과 나의 목소리를 듣고 움직이는 것. 그것이 참된 독서 아닐까.


*  샘터 네이버 공식 포스트  http://post.naver.com/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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