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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프로젝트 - 무엇이 인생의 차이를 만드는가
헬렌 피어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있다. 흙수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금수저의 대열에 낄 수 없다는 자조론이 사회 전체에 흘러넘친다. 그렇다면, 경쟁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는 이 현실이 너무 불평등하지 않은가?
'무엇이 인생의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그 심오한 주제를 몇 세대에 걸쳐 연구한 기록이 『라이프 프로젝트』 한 권에 담겼다. ‘라이프 프로젝트’는 7만 여명의 아이들을 70년간 추적 연구한 지상 최대 인간 연구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수만 명에 이르는 아이들의 출생에서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신상 변화부터 성적, 직업과 소득 등 생애 전반의 모든 정보를 관찰, 기록한 가장 오래된 연구이다.
“아기들의 코호트를 요람에서 무덤까지 추적하면서 그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관찰하는 영국의 종단 연구만큼 가치 있는 연구는 세상에 없다.” (15쪽)
사회평론가인 폴린 토인비의 말이다. 과학 전문 잡지 「네이처」의 수석에디터인 헬렌 피어슨은 코호트에 관한 방대한 특집기사를 작성했고, ‘올해 최고의 기사’로 뽑히기까지 했다. 그 기사가 이 책의 모태가 된 것이다.
출생 코호트 연구로 인해 밝혀진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인생의 첫 몇 년이 나머지 인생을 크게 좌우한다는 것이다. 부유한 상류층 가정에 태어난 아이들은 학업 성취도가 높고, 좋은 직업을 얻고, 날씬한 몸을 유지하며,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할 가능성이 컸다. 반면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간단히 말해, 부모의 처지가 자녀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14쪽)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펼쳐지는 이야기이기에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197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을 추적한 결과는 충격을 주었다. 성인이 되었을 때, 부유한 부모를 둔 사람의 소득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의 소득보다 25퍼센트나 더 높다는 것이다. 물론, ‘소득’이 인생을 결정짓는 유일한 것은 아니지만, 소득은 곧 삶의 질, 자녀들의 교육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가.
다행히 라이프 프로젝트는 불리한 조건을 극복해내는 사람도 분명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열성적인 부모, 화목한 가정, 아이의 학업에 관심이 많은 학교가 그 뒤편에 있었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록상으로 판단하면 실패할 운명을 타고났던 한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못하는 게 있다면 그걸 제대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노력할 겁니다.” (262쪽)
바로 스티브 크리스마스. 그에게 관심을 가져 주는 부모도 교사도 없었다. 학교를 졸업하지도 못했고, 재산압류의 불안 속에서 살아갔다. 그는 보험 영업 사원으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일했다. 쉰 살에 백내장으로 시력을 일부 잃는 등 고난이 아예 없진 않았지만, 자기가 처한 어려움을 자신의 노력으로 극복해 나간 것이다.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들려준다. 시대는 좀 다르고, 지역도 다르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과 대입할 수 있는 자료라 할 수 있다. 거시적으로 사회문제를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의 자리, 내 자녀의 자리로 <라이프 프로젝트>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끌어오고 싶다. 과연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내가 더 힘써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알아가고 싶다. 무엇이 인생의 차이를 만드는가? 어쩌면 질문의 대답은 이미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바로 자기 자신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