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좋은 스릴러 소설은 무엇일까? 잘 짜인 플롯,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야기, 거기에다가 탁월한 반전까지 있으면 화룡정점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갖춘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폴라 호킨스의 스릴러 데뷔작인 걸 온 더 트레인.

 

레이첼은 매일 아침 84분 런던으로 향하는 통근 기차를 탄다. 기차에서 집들을 바라보는 것이 그녀의 일과. 그녀는 완벽해 보이는 남녀를 지켜보면서 제스와 제이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까지 했다. 금요일 아침, 레이첼은 제스가 다른 남자와 키스를 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레이첼은 배신한 제스에 대해 분노하고, 전남편 톰의 불륜을 알게 되었던 때를 떠올린다.

 

심한 알코올 중독인 레이첼은 토요일 오후 충격과 분노 속에서 술을 마시다가 제이슨을 보러 무작정 기차에 올라탄다. 이후 기억은 나지 않는다. 일요일 아침, 레이첼은 상처 입고 피 묻은 상태로 잠에서 깨어난다. 월요일, 레이첼은 낯익은 여인의 사진이 실린 실종 사건 기사를 본다. 제스(실제 이름은 메건)가 실종된 것이다. 레이첼은 스콧(제이슨)이 누명을 쓰지 않도록 메건이 실종되기 전 다른 남자와 함께 있었다는 걸 경찰에 털어놓기로 한다.

  

처음엔 괜히 남의 집 문제를 쑤시고 다니는 듯한 레이첼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무 오지랖 아닌가? 그렇지만, 읽으면서 레이첼이 기억하려고 하는 일이 메건의 실종 및 죽음과 연결된다는 사실에 그녀를 응원했다. 또한, 각 장마다 화자가 다른데, 레이첼, 메건, 애니 등의 입장에서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주의깊게 지켜볼 수 있었다. 또 그녀들과 얽혀 있는 톰, 스콧, 메건의 상담의 카말 박사 등의 주변인물들과의 관계도 흥미진진하다.

 

이 소설 하나로 스릴러 대가가 된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마치 내가 기차를 탄 것처럼 기차 주위의 집과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했고, 인물을 다루고, 묘사하는 것도 대단했다.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시각적인 묘사와 상황 전개도 훌륭했다.

 

나 혼자만 불행한 것 같았다. 난 외로워졌고, 그래서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하다가 양이 점점 늘었다. 그러고 나서는 더 외로워졌다. 술 취한 사람 근처에 오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난 사람을 잃고 술을 마셨고 술을 마시고 사람을 잃었다. (118쪽)


내가 두려운 건 토요일 밤의 진실을 알게 되는 것만이 아니다. 내가 저지른 한심하고 끔찍한 짓들을 되새기고, 내가 악에 받쳐 내뱉은 말들을 듣고, 내가 그런 말을 했을 때 톰이 지었을 표정을 기억해내는 것이다. 그래도 과연 내가 견딜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너무 두려워서 그 어둠 속으로 감히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다. (148)


작가가 묘사한 레이첼의 모습이다. 전형적인 사회의 루저(looser) 아닌가. 어쩌면 그렇기에 그녀가 진실을 찾으려 애쓰는 모습이 처절하고, 힘겹게 느껴진다.

 

과연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무엇이 진실인가?’ 이 질문을 태우고 4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은 기차처럼 달려간다. 종착역에 도착했을 때 비로소 안도의 숨을 쉬었다. 마침내 진실과 마주쳤기 때문이다.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얼른 보고 싶다. 레이첼과 다른 인물들의 상황을 처음부터 지켜보며 이번에는 감독의 역량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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