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제가 있습니다 - 때론 솔직하게 때론 삐딱하게 사노 요코의 일상탐구
사노 요코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1월
평점 :
에세이. 작가의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장르이다. 어떨 때는 이런 내용까지 독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 독창성과 진실성 때문에 독자들은 에세이를 즐겨 읽는지 모른다. 『죽는 게 뭐라고』, 『사는 게 뭐라고』의 작가 사노 요코가 솔직하게 말한다. 『문제가 있습니다』.

작가의 글감엔 제한이 없다. 생전에 겪었던 모든 일이 그녀의 글에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과거 자신이 살았던 삶 역시 글의 소재로 쓰인다. 수십 년 전, 기숙사에 지낸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대학교 때 여행 이야기. 찬찬히 책을 읽다보면, 마치 할머니의 옛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정겹고, 친숙하다.
아버지는 고향이 있고 엄마는 고향이 없다.
나도 고향이 없지만,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 고향처럼 느껴진다.
중국의 베이징, 그것도 쓰허위안의 마당이 내 고향인 것만 같다. (51~52쪽)
부모님을 소개하면서, 작가는 고향을 말한다. 물론 이 시대는 고향을 예전처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고향에 대한 향수가 밀려왔다. 작가의 책에 대한 성찰과 기록도 재미있다.
책을 가까이 하지 말도록. 가까이 하다보면 입맛을 다시며 꿀꺽하고 싶은 것이 잔뜩 보이니까. 가까이 하지 말라니까. 읽고 싶겠지만. (56쪽)
지금은 소천하셨지만, 생전에 그녀의 삶에 대한 예찬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는 아무 볼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죽고 싶지는 않습니다. 윤기가 흐르는 밥알도 깡통 냄새 나는 통조림 복숭아도 더 먹고 싶거든요. (169쪽)
『문제가 있습니다』를 읽으면서 느낀 건 작가의 삶에 대한 애정이다. 작가의 눈이 닿는 곳, 작가가 들리는 것, 작가가 만난 사람들 모두가 그녀의 글에 오롯이 배어 있었다. 나는 과연 나의 삶을 얼마큼 사랑하고 있는가. 한번 자문해 본다.
한편으로 이렇게 사노 요코 같은 수필가를 배출하는 일본 문학계가 부러웠다. 왠지 우리나라에선 이런 에세이가 잘 안 읽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피천득 선생님같은 진솔하고 아름다운 수필가가 계속 배출되었으면 한다. 에세이는 진실하다. 그렇기에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