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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말들의 위로 - 흔들릴 수는 있어도 쓰러지지 않는 인생을 위해
유선경 지음 / 샘터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참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물어 간다. 국가적인 큰 소용돌이 속에서 어쩌면 더 힘들고 지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단 한 가지 단어는 ‘위로’일지 모른다. 우연히 읽은 한 책이 작은 위로를 주었다. 『아주 오래된 말들의 위로』.
작가 유선경은 그동안 라디오에서 꾸준히 글을 써 왔다. 이 책은 현대인의 가장 큰 고민인 상실, 불안, 고독, 자유라는 네 개의 주제에 어울리는 책을 각 열권씩 추린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책의 줄거리만을 소개한 건 아니다. 책들의 짤막한 내용과 함께, 중요한 문장들, 거기에 본인의 감정과 해석을 실은 것이다. 쭉 읽다보면, 각 책들의 문장 앞에 나 스스로를 대입하고, 나만의 생각이 끌려 나온다.
너무도 잘 아는 《갈매기의 꿈》. 읽어보진 않았더라도 너무도 많은 매체에서 다루었기에 대충이나마 스토리를 잘 아는 소설이다. 나 역시 그저 ‘꿈을 향해 도전하라’의 계몽(?) 소설 정도로 알아온 것이 사실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위대한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은 인간의 영혼이다. 조나단이 배우고 익힌 완벽한 속도란 바로 ‘자유’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인간의 영혼이 어떻게 해야 자유로워질 수 있느냐에 대해서인 것이다. (226쪽)
짧은 설명이지만, 내게 확 다가왔다. 갈매기와 나를 동일시할 때, 비로소 《갈매기의 꿈》을 제대로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풍파에 지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짧은 그림책 정도로만 알고 있던 《꽃들에게 희망을》. 이 책 역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말을 들으니 내가 단편적으로밖에 알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기를 쓰면서 실체 없는 무덤 위를 기어오르지 않아도 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정상을 동경하며 허기져 하지 않아도 된다. 날면 된다. 기어오르지 않고 날아오르면 그 정상을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다.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남의 꿈이 아닌 나의 꿈을 꿀 때 가능하다. (174쪽)
내게도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말 아닌가. 내가 누구인지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붕대클럽》, 《자기 앞의 생》, 《필경사 바틀비》, 《리스본행 야간열차》...이 책에서 소개하는 40편의 책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말솜씨 좋은 약장수가 생각난다. 물론, 효과 있는 약이다. 그 40권을 찬찬히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내가 직접 읽을 때, 더 영양가 있는 건 당연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