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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거울에 나를 비추다 - 춘추전국, 인간의 도리와 세상의 의리를 찾아서 ㅣ 아우름 15
공원국 지음 / 샘터사 / 2016년 12월
평점 :
‘역사’. 중요하고 깊이 새겨야 할 것이지만, 왠지 딱딱하고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나라 역사도 그럴 텐데, 하물며 다른 나라의 역사는 더욱 나와 상관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국 역사를 깊이 공부해 온 공원국 씨의 이 책은 이런 우리의 선입관을 바꾼다. 『옛 거울에 나를 비추다』. 다양한 인물과 스토리가 있는 춘추전국 시대로 들어가 보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효(孝)에 대한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맹목적으로 효를 행해야 할 부모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과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그의 아버지가 죽을 때, 애첩을 같이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살아 있는 사람을 묻는 순장을 부탁한 것이다.
효의 개념으로 볼 때는 당연히 따라야지만, 위과는 유언을 듣지 않고, 오히려 새어머니를 재가시켰다. 그의 행동은 구설수에 오르기 충분했다. 하지만 얼마 후, 그런 그의 행동 때문에 그는 목숨을 건지게 된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21세기, 우리는 어떤 효를 실천해야 할까? 실수가 있으면 숨겨 주고 그마저 안 되면 자기가 희생하되 결국은 어버이와 함께 바른 길을 걷는 것이 아닐까? (48쪽)
모두가 원하는 ‘성공’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바로 중국 최초의 평민 출신 황제인 ‘유방’의 이야기이다. 말단 치안 관리직이었던 유방은 죄수를 멀리 호송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호송 중, 많은 죄수가 도망을 친다. 그때 유방은 죄수를 모두 풀어주며, 나도 도망치겠다고 한다. 어찌 보면, 정말 불충한 관리 아닌가.
하지만, 그때부터 유방은 성공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그에게 고향의 친구들과 난세의 떠돌이들이 모인 것이다. 숙적 항우와의 대결을 위한 강력한 자산인, 사람이 그에게 생긴 것이다. 자기도 결함이 많았지만, 자기와 같은 약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품어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어쩌면, 우리와 상관 없는 옛날 중국의 이야기이지만, 쭉 읽다 보면, 지금 우리의 형편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사랑과 배신, 음모, 성공, 우정.... 지금도 우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 아닌가. 이것이 바로 고전의 힘일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저는 여러분께,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의 고전 읽기를 권합니다. 공자나 맹신의 말이라고 맹신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적나라한 상황에 빠져 출구를 생각해 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통해 우리 정신의 근육을 단련하면 그뿐입니다. (9쪽)
이 책의 제목처럼 옛 거울에 나를 비추어야겠다. 혼란하고 정신없는 세대다. 이럴 때수록 옛 선조들의 모습을 살펴보아야겠다. 그들이 행동하고 따랐던 길을 잘 헤아려야겠다. 그럴 때만이 나를 지키고, 바른 길을 걸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