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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켜라 - 풋내기 경찰관 다카기 군의 좌충우돌 성장기
노나미 아사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평점 :
‘경찰’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치열한 추격전을 통해 결국은 범인을 잡는 경찰. 나약한 어린이와 노인에게 친절히 길을 가르쳐주는 경찰. 아니면 동료를 위해 희생하기도 하는...
여기 그 이미지들과 하나도 맞지 않는 경찰이 있다. 다카기 세이다이. 그는 경찰학교를 수료하고, 지역 실무연수로 조그만 마을에 부임한다. 여자 친구와 헤어진 후, 홧김에 경찰이 된 다카기. 그런 그에게 ‘경찰’의 옷은 잘 맞지 않는다.
전 여자 친구 사진을 붙여 혼이 나기도 하고, 모든 일에 불평이다. 매일 함께 일을 처리하는 짝인 미야나가 반장과는 사이가 썩 좋지 않다. 게다가 경찰이 반드시 해야 할 ‘불심검문’엔 젬병. 반면, 동기인 미우라는 검문을 통해 범인을 잡는다.
나, 괜찮을까?
왠지 갑자기 불안해졌다. 어쩌면, 터무니없이 잘못된 곳에 와버린 것은 아닐까, 그런 실감이 처음으로 밀려왔다. (51쪽)
설상가상으로 밤에 불심검문을 하다 취객의 칼에 찔린다. 미야나가 반장을 비롯한 경찰서의 다른 사람들과는 항상 티격태격한다. 크고 작은 사건의 중심엔 항상 ‘다카기’가 있을 정도로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상황 속에 다카기는 자신의 길을 의심한다. 과연 다카기는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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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천신만고 끝에 다카기는 처음으로 범인을 잡는다. 연쇄 방화범인 한 여인. 다카기에겐 잡았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다카기는 경찰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지역주민.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만 경찰을 부르면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데다, 때에 따라서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한 사람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무사히 이어지는 것, 어쩌면 당연한 그 일이 중요하다. (467쪽)
범죄가 발생하고, 경찰이 무전을 받고 황급히 출동하는 상황을 이 소설은 생생히 그리고 있다. 경찰의 소소한 업무도 담담히 그린다. 마치 내가 경찰서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울러 경찰로서의 애환도 잘 담겨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사람의 심정도 다카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사회인의 기분이라는 건 계산적으로 타인의 얼굴빛을 살피고 태도만 그럴듯하게 보이면서 본심은 가슴에 묻고 답답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런 시시한 어른이 된다고 뭐가 즐겁다는 건지 되레 묻고 싶었다. (225쪽)
어릴 때는 자기만 생각하고, 자기가 즐거운 일만 하고 산다. 조금씩 나이를 먹으며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갈 것이다. 경찰관 다카기는 조금씩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마을을 지키는’ 사명도 갖게 된다. 일이 자신과 전혀 맞지 않다고 투덜대는 많은 다카기. 그들에게 『마을을 지켜라』는 좋은 나침반이 될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과 사명을 가리키는 그런 나침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