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기적입니다 - 민들레 국수집 주인장 서영남 에세이
서영남 지음, 이강훈 사진 / 샘터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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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정보없이 읽었다. ‘민들레 국수집이라? 이름 그대로 한 식당의 창업 스토리를 예상하고 읽어 내려갔다. 전혀 아니었다. 노숙인들을 먹이기 위한 식당이 민들레 국수집이었다. 단순히 먹는 것만을 책임지는 건 아니었다. 어르신에게 옷가지와 생필품을 지원해 주기도 하고,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단돈 300만 원으로 시작한 민들레국수집이 13년이나 지났고, 현재는 민들레꿈 어린이공부방, 민들레꿈 어린이밥집, 민들레책들레 도서관, 민들레희망센터, 민들레 진료소, 민들레 가게를 운영 중이다.

 

나와 아무런 인연이 없던 사람들이 형제로 보이기 시작할 때 우리는 다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민들레 식구는 바로 이런 삶을 지향합니다. (39)

 

서영남 대표는 노숙인 한 명 한 명을 그냥 보고 넘기지 않았다. 각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필요를 채워주려 애쓴 것이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나중에는 봉사자로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서 대표의 사랑이 그들에게 전해진 것이리라.

 

민들레 국수집만의 특징이 있다. 다른 구호 시설이나 무료 급식봉사소에선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당연한 모습이리라. 하지만, 이곳에선 다르다. 줄을 서지 않고, 제일 배고픈 사람부터 들어가서 밥을 먹는다. 좀 의아했다. 그래도 줄을 서야 질서 있고, 빨리 봉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서 대표의 말을 들으니 이해가 된다.

 

노숙하시는 분들이나 우리 사회의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인 약자들은 모두 세상의 줄에서 가장 맨 끝에 있는 이들입니다. 줄 서기 경쟁에서 밀려 뒤로 처진 이들입니다. 너무 착해서, 너무 욕심이 없어서 줄 서기 경쟁에서 밀려 밥 한 그릇 맘껏 드실 수 없는 손님들을 대접하는 곳에서 또다시 줄을 세워 경쟁에서 이긴 사람부터 식사하게 해드린다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25)

 

 

서영남 대표의 눈은 더 먼 곳으로 향했다. 2014년에는 필리핀으로 건너가 가난한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필리핀 민들레 국수집도 열었다. 필리핀 다문화가족모임, 필리핀 엄마들을 위한 한글교실도 열고 있다. 더구나 도움을 주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이들에게도 사랑의 손길을 뻗쳤다. 바로 교도소 수감자들. 서 대표는 이들에게 비누와 치약을 건넸고, 교도소 내 빵가게에서 빵을 사소 재소자 전원에게 나누었다. 경찰서 유치장도 방문해 쌀을 나누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보답할 길이 없는 이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가는 것은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지요! (165)

 

눈물이 핑 돌기도 하고, 입가에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밑바닥까지 내몰린 사람들의 상황이 안타까웠다. 그런 그들이 도움을 받아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모습은 사랑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일깨워 주었다. 이해인 수녀의 시 <함께 가요, 우리>가 작가의 마음을, 독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서로 먼저 격려하며

함께 살아요, 우리

함께 나누어요, 우리

 

함께 살아야겠다. 함께 나누어야겠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고, 그것이 바로 기적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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