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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문화사 ㅣ 살림지식총서 259
고형욱 지음 / 살림 / 2006년 10월
평점 :
‘와인’. 조금 특별한 식사(스테이크 종류의)에 곁들여 마시는 음료? 이 정도로 생각했다. 비싼 와인과 그렇고 그런 와인을 구별하는 미각은 불행히도 없다. 한마디로 와인에 대해서 거의 ‘문외한’이었다.
살림지식총서 259권 『와인의 문화사』를 읽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재배되는 포도만을 떠올렸던 내게 와인의 시초는 놀라웠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와 페르시아 신화에서 와인을 마셨단다. 인류의 시작부터 와인은 존재했던 것이다. 와인을 유럽에 소개한 것은 그리스의 신 디오니소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의 모든 식민지에서는 포도 재배가 가능했다. 그들은 어딜 가나 주신을 잊지 않았고, 와인을 마실 때마다 디오니소스에 대한 경배를 잊지 않았다. (10쪽)
이후, 예수의 시대를 통해 와인은 로마 시대를 거쳐 중세 유럽에 광범위하게 퍼지게 된다. 메시아에 대한 희망을 주는 상징으로 해석되는 와인의 지위가 덩달아 올라간 것이다.
유럽에서 와인 생산이 지속적으로 확산된 이유는 와인이 예수의 피를 상징했고, 동시에 그 자체로서 상업성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50쪽)
와인의 전파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와인은 게르만족에서도 널리 알려졌고, 중세 수도원에선 포도를 기르고 와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 왕과 귀족, 그리고 교황까지 와인 열기에 빠졌었다.
와인은 단순한 술이나 음료가 아니었다. 인류의 시작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와인은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 온 것이다. 와인을 만들며, 와인을 마시며 사람들은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전파한 것이리라. 한 음식을 키워드로 해서 풀어낸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앞으로도 음식과 문화에 대한 교양서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대지와 햇살의 축복이 어떻게 포도에 와 닿는지 사람들은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 과정은 좋은 와인을 만드는 지식이 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지혜가 된다. 시인 폴 베를렌은 이런 글을 남겼다. “우리 앞에 놓인 와인들은 저마다의 풍경을 가지고 있다.” (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