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의 보물상자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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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라는 여성이 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조부모 밑에서 자랐다. 강한 사람이 되길 바랐던 할머니는 어쩔 수 없이 학대를 한다. 결국 미코는 가출한다. 치코를 낳게 되고, 유흥업소에 나가고 간병 일을 하며 힘겹게 싱글 맘으로 살아간다.

 

여기까지만 보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을 소개한 것과도 같다. 일본의 소설가 모리사와 아키오의 신작 소설 미코의 보물상자의 주인공이다. 신기하게도 소설 속에서 미코는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 미코의 행복의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 미코를 키우게 된 할아버지는 주변에서 작은 보물을 찾아 간직하라고 권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만든 보물상자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건넨다. 뚜껑을 열면 안쪽에는 할머니가 소중히 간직했던 손거울이 달려 있다. 미코는 차차 자신만의 소중한 물건을 모으기 시작한다.

 

미코는 하찮은 물건을 주우면서도 늘 기뻐했다. 까마귀 깃털이라든지, 빨갛게 물든 나뭇잎이라든지, 초록빛이 나는 돌멩이라든지……. 정말로 하나같이 시시한 물건뿐이었다. (108)

 

조금씩 미코는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간다. 차츰 사람들도 행복의 참의미를 발견한다. 이 소설의 특징은 각 장마다 다른 화자가 나온다는 것이다. 미코 주위의 사람들이 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낸다.

 

미코의 단골 고객인 무명 만화가 와타나베 다카유키, 한없이 다정하고 인자했던 할아버지 간바라 다이조, 초등학교 친구 시모야마 구미, 보건교사 이가와 나나, 남자친구 아사리 후미야, 업소 사장 구로키 류스케 그리고 딸 치코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상처 받은 이들이었다. 그들의 아픈 사연은 안타깝게 느껴졌고, 미코에게 보냈던 응원과 격려를 그들에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 미코와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을 헤아려 보고 안타까워하며 쭉 읽어갔다. 소설 속 화자가 아닌,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들과 같진 않지만, 나 역시 갖고 있는 삶의 어려움과 문제가 무겁게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 무렵 나는 정말 많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다시 읽어보니 그 고민의 반은 나 자신의 부정적인 사고가 만들어낸 실체 없는 고민이었다. (128)

 

사실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던 게 아니라 내가 처한 환경을 사랑하지 못한 것이다. 환경을 사랑하기는커녕 그 환경에 없는 것만 줄기차게 요구했다. (165)

 

나 역시 미코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실체 없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내 환경을 사랑하지도 못했다. 소설 속 그들은 결국엔 삶의 행복을 찾는다. 어쩌면 소설이기에 너무 따뜻한 결말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팍팍하고 차가운 삶에 살기에 장밋빛 이야기가 더 필요한 것 같다.

 

무지개 곶의 찻집, 당신에게, 쓰가루 백년 식당... 작가의 그동안 작품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우리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을 그렸다. 따스한 눈빛으로 그들의 삶을 담담히 풀어내었다.

 

작은 보물을 찾는 눈으로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고마운 손으로 셔터를 누르자. (304)

 

어쩌면 작가가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원하는 건 이것 한 가지 아닐까. 소설 속 인물들처럼 하나 둘 작은 보물을 찾아야겠다. 크고 엄청나지 않더라도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낼 수 있다면 큰 보물이 될 것이다. 누구나 행복한 사람이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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