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탐독 - 나무 박사가 사랑한 우리 나무 이야기
박상진 지음 / 샘터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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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산에 가지 않더라도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정원수로, 가로수로 또는 화분의 나무로. 별 관심 없이 지나치고 마는 것도 바로 나무다. 그 나무를 누구보다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켜 본 사람이 있다. 바로 박상진 교수. 그는 반평생을 넘게 나무 문화재를 연구하며 전국 각지의 수많은 나무를 만나온 나무 박사이다. 나무의 귀중한 기록이 한 권의 책으로 빚어졌다. 나무 탐독.

 

나무를 만나면서 경험한 일상을 비롯해 연구 과정에서 직접 밝혀 낸 나무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생명이 다할 때까지 한자리를 지켜야 하는 나무는 이야기에 보탬이 없고 거짓이 없다. (5) 나무에는, 그리고 나무의 이름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나무가 거의 자라나지 않을 것 같은 독도. 그곳에도 씨가 뿌려져 살아가는 나무가 있다. 바로 사철나무다. 독도 바위틈에서 사철나무 씨앗이 싹 틔우고 살아가는 과정은 마치 나라를 잃고 고통 받는 민초들의 삶과도 대비된다. (72)

 

저자의 말처럼, 사철나무는 절대 자랄 수 없을 것 같은 환경에서 살아남았다. 현재 동도 천장굴 주변 두 곳에 일곱 그루, 서도 정상 부근의 세 그루 등 모두 세 곳에서 십여 그루가 자란다(74)고 한다. 그 질기고 강한 생명력에 경외감이 생긴다. 거센 바람과 파도 속에서도 그 푸름을 잃지 말길.

 

우리나라 궁궐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는 창덕궁의 터주대감 향나무(천연기념물 194)라 한다. 무려 750살이고, 1820년대 제작된 창덕궁과 창경궁의 상세 그림 <동궐도>에도 그려져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당시의 키가 6미터 남짓. 1년에 1센티미터도 자라지 않은 것이다. 저자는 험난한 세상 살아남기 위하여 한껏 몸을 낮춘 셈”(248)이라고 재치 있게 표현했다.

 

북한의 천연기념물 나무들도 흥미로웠다. 북한 천연기념물의 기준을 살펴보면, 우리와 확연히 차이 나는 것이 있다. ‘위대한 김일성 수령과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의 고매한 덕성, 사회주의 애국주의의 교양에 이바지할 수 있는 자연물’(129)

 

자연까지도 독재에 이용되는 것 같아 씁쓸했다. 김일성 주석이 직접 심었거나 조그만 인연이라도 있으면 거의 천연기념물로 지정(130)되는 것이다. 북한의 천연기념물 1호는 1966년 김일성이 직접 심었다는 능라도 산벚나무와 전나무라고 한다. 그 외에 8, 395, 410호 모두 그가 직접 기념식수한 나무다. 241호는 이천 영웅은행나무이다. 한국전쟁 때 미군 비행기가 이 나무에 걸려 박살당했다. 그걸 기념하는 것이란다. ‘영웅이라는 단어가 나무랑 너무 이질적이다.

 

이처럼 나무 탐독에는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개인의 추억 등 나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넘친다. 다양한 사진은 그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해 준다. 저자는 나무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 주변에 흔히 만나는 나무 중 하나를 지정하여 당신을 가장 좋아하오라고 말하기에는 나머지 나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나무는 백인백색(百人百色)이 아니라 천목천색(千木千色)의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관점에서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싫어하는 나무는 없다. (342)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나태주 시인은 <풀꽃>이라는 시에서 고백했다. 우리 주위에 예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들. 그 이웃에게 관심을 가져 보자. 나무껍질을 만져 보고, 나뭇잎의 향내를 맡아 보자. 나무가 더욱 사랑스럽지 않을까. 우리네 인생이 조금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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