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 - 제4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유영소 지음, 김혜란 그림 / 샘터사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꼬부랑 할머니를 요즘 아이들은 알까? 아니면, 달걀 도깨비는? 메산이와 반쪽이도 들어 볼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그 대신 아이들의 책장과 머릿속엔 <해리 포터> 시리즈를 위시한, 마법사와 마녀들이 자리한다. 아쉽게도 우리 옛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옛 이야기와 함께 설 자리를 잃은 듯 보인다.

 

잃어버렸던 옛 친구들을 한 동화책에서 만났다.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속에서. 이 책은 제 4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기도 해서 더 의미 있다. 책에는 세 동화가 들어 있다. 대상 수상작인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 <나와 같이 살 사람 여기 붙어라>, 마지막으로 <신통방통 인절미 대작전>. 제목만 들어도 해학이 느껴진다. 유영소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한다.

 

꼬불꼬불 걷다 만난 사람들과 맛난 것도 함께 나누어 먹고 싶어요.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음식들처럼 나눌수록 더 맛있고 더 풍성해지는 먹을거리들. 꼬부랑 할머니네 부엌엔 늘 따듯한 부뚜막이 있고 보글보글 끓으며 깊어지는 정이 있지요.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니라 마음이 먹는 포근함이 얼마나 배부르게요. (89)

 

작가의 말처럼,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에는 꼬부랑 할머니와 다른 인물들이 밥을 먹는 얘기가 주를 이룬다. 욕심쟁이였던 김부자, 도둑질을 일삼던 곽떡국, 달걀도깨비와 김치뚝이가 꼬부랑 할머니를 찾아와 같이 식사를 한다. 이들은 모두 할머니의 인정이 그리워 찾아온 것이다. 밥 한 그릇 같이 먹으면서 정을 나누는, 우리네 옛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읽으면서 또 반가웠던 것은 잊혀져 가는 우리 말이었다. 살강, 뒤주, 똥떡, 싸전, 방물장수, 치도곤 등 작품 구석 구석에 아름다운 우리 말이 사용되었다. 책 아래 쪽에 간단한 뜻풀이도 있어 주 독자인 어린이들이 읽으면서 자연스레 우리 말을 익힐 수 있다. 또한, 세 편의 동화는 판소리 사설조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읽는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채봉 문학상은 고() 정채봉 작가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대학민국 아동 문학계를 이끌어 나갈 동화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동심이 세상을 구원한다고 믿었던 정채봉 작가. 그의 바람처럼, 좋은 동화책이 많이 써지고, 읽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해학이 넘쳐나는 옛 이야기도 많이 발굴된다면, 어린이들 머릿속엔 마녀와 함께 도깨비도 뛰어 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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