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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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이다. SNS나 블로그에는 어디를 갔다 왔다는 식의 글이 많이 오르내린다. 신기한 사실이 있다. 장소와 사람만 다를 뿐, 그 얼개는 대충 비슷하다는 것. 유명한 장소에서 취한 비슷한 모양의 포즈, 먹기에 아까울 정도로 예쁜 음식 사진들, 구체적 설명 없이 그저 좋다는 표현들. 밑에 달린 댓글마저도 비슷하다. 아니, 수많은 사람이 갔다 와서 올린 기록이 왜 이리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을까?

 

다른 사람의 똑같은 여행 기록에 싫증나고, 여행다운 여행을 기획하고 싶을 때, 펼쳐 볼 책이 있다. 모리사와 아키오의 붉은 노을 맥주. 전작 푸른 하늘 맥주를 통해 포복절도할 여행의 진수를 보여준, 작가는 이번에도 총 천연빛 여행으로 초대한다.

 

 

자신만의 아지트 바다 근처 동굴에서 노숙자를 만나, 어쩔 수 없는 셰어하우스 생활을 한다. 방파제에 드러누워 밤하늘을 구경하는데, 흥미롭고 익사이팅한 UFO가 아니라, 천천히 흘러가는 재미없는 UFO를 보기도 한다. 강변에서 야영을 하는데, 은어를 한두 마리도 아니고, 서른 마리나 먹기도 한다. 남의 집 정원에 텐트를 치기도 한다.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사실이 작가의 개인적인 체험이라는 것.

 

이 책은 제가 노숙을 하며 일본 전국을 방랑하던 시절, 20대 초반에 겪었던 별난 사건을 모은 방랑 에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61)

 

이런 젊은 시절이 있었기에, 소설보다 더 소설같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 책이 나올 수 있었으리라. 무지개 곶의 찻집, 쓰가루 백년 식당등 독자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으리라.

 

지금 당장 휴가가 주어진다면, 어떤 여행을 할 것인가? 여기 두 개의 대답이 있다. 1번은 “‘실적 쌓기를 위해 여행하고, 여행 스타일은 너무 성실하며, 착실히 주행거리를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을 중시”(170)하는 것. 2번은 대낮부터 술을 마셔대고, 강이나 바다로 뛰어들어 물고기를 쫓아다니고, 동네 할머니랑 수다를 떨고, 개구쟁이 아이들을 놀리고, 노천탕에서 헤엄치”(170)기이다.

 

여태까지의 여행에 싫증났다면, 정답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 붉은 노을 맥주와 함께 나만의 여행을 떠나 보자!

 

~!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에서 시원한 여름이 터졌다.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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