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관광인가 순례인가 - 그리스도인을 위한 길 위의 신학
요르그 리거 지음, 홍병룡 옮김 / 포이에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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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삶에서 청량한 쉼을 주는 여행이 여행은 많은 고전에서 많은 형태로 나타난다밀턴의 <실낙원>, 단테의 <신곡>이 그랬다천국을 향해 가는 순례자의 여정을 다룬 <천로역정>은 말할 것도 없다여행이 과거 그리스도인들에게 큰 의미를 주었다는 반증이다요르그 리거 교수는 <여행관광인가 순례인가>를 통해 여행과 기독교 신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행은 기독교 전통에 깊이 뿌리박혀 있어서 여행 없이는 그 진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12)

 

저자는 성경에 나오는 다양한 여행을 언급한다나그네의 삶을 살았던 아브라함민족 전체가 유랑했던 히브리인로마제국의 길을 여행했던 바울어린 시절 정치 피난민으로 살았고공생애 시절 길 위의 사역을 펼치셨던 예수님까지우리 믿음의 선조들과 여행은 떼놓을 수 없었던 곳큰 위험과 시험도 많이 따랐을 여행그렇다면 여행에는 어떤 유익이 있을까?

 

히브리 성경에 나오는 여행 가운데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여행은 긴장과 이동에 묶여 있지만 바로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희망이 싹튼다. (50)

 

새로운 희망여행은 현 상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한다그것이 여행의 제일 큰 미덕이라 하겠다이외에도 길 위의 여행으로 우리의 시야는 넓어지고(55),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57된다또한 집으로 돌아온 뒤에 새로운 관점으로 사물을 보기 시작(59)하기도 한다여행이 주는 미덕이라 하겠다.

 

이 책은 순례와 방랑도 비교한다순례는 7세기 서방 기독교 세계에 기원을 둔 신앙적 순회여행으로 12-13세기에 절정에 달했다당시만 해도 순례 길은 영원한 삶을 위한 큰 투자로 간주(72)되었다과거의 순례가 주로 신성한 것을 추구했다면지금의 순례는 개인적인 성장이나 자기실현을 내세우는 경향(74)이 크다대규모 관광산업으로 순례가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방랑은 소속된 것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다방랑자들은 여행을 시작한다기보다 여행의 일부가 된다(86)고 할 수 있다인공 다리로 오토바이 여행을 했던 데비브 바오토바이 여행 중 칠레의 광산촌에서 의식의 큰 변화를 받은 체 게바라처럼 방랑은 인생의 다양한 교훈을 얻는다.

 

성경의 여행과거 순례자들의 순례와 방황을 언급한 뒤저자는 현대 교회에 초점을 맞춘다많이 시행되는 선교 여행과 단기 집중여행즉 종교관광이다이 여행을 통해 여행객들은 많은 교훈을 얻고삶의 변화도 일으킨다하지만문제점도 있다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의 말을 빌자면 편견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103)가 많다게다가 모든 여행자가 좋은 의도를 가진 건 아니라고 따끔히 지적한다거기서 더 나아가 저자는 이렇게까지 표현한다.

 

선교 대상인 식민지 사람들의 지혜에 민감하지 못하고 부지중에 본국의 권력을 대변하는 줄 몰랐기 때문에 선교사들은 결국 식민주의의 앞잡이가 된 것이다. (105)

 

약간은 강한 표현에 약간 놀랐다하지만 그동안 내가 참여했던 단기선교의 모습을 살펴보니 일정 부분 고개가 끄덕여진다단기선교를 체험한 사람들은 현지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았는가우리가 복음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을 타자화하고어떤 의미로는 얕잡아보기도 한다나 역시도 약간 우쭐대는 눈빛으로 현지인을 바라보지 않았던가.

 

책 마지막에서 저자는 올바른 단기선교를 제안한다우선, ‘신뢰를 얻으라고 말한다그것도 애써 얻으라고 말한다현지인들이 즉시 마음 문을 열지 못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권력상의 격차를 충분히 이해하라고 말한다또한 우리가 표준이 아님을 권면한다.

 

우리가 아무리 호의적인 사람일지라도 이제는 우리가 표준인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우리는 타인에게 도전을 받아 인간다운 존재이자 그리스도인다운 존재가 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111)

 

여러 폐해와 오해도 있지만실제로 단기 집중여행과 선교 여행에서는 하나님이나 다른 사람들과 참신하게 만나는 일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어쩌면 유행처럼 번진 단기선교 여행과 성지순례이 책 <여행관광인가 순례인가>를 읽고 그 여행의 참된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우리가 걷는 모든 길 위의 여행에서 나 자신을 만나고타인을 만나며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이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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