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나님의 도시
스카이 제서니 지음, 이대은 옮김 / 죠이선교회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작년 말인가 주일 예배 설교 시간. 자신의 과거를 소개하며,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서 신학했을 때, 재정적으로 어려웠고, 공부도 힘들었었다. 그때 공부 때려 치고, ‘택시나 운전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교의 끝은 이랬다. 결국 그 목사가 미국 생활을 (은혜롭게) 잘 마치고, 지금 잘 사역하고 있더라는. 약간 택시 운전을 (신학보다) 비하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물론, 목사가 사용한 예화의 맥락을 이해 못 한 것은 아니지만, 약간 기분이 언짢았고, 여러 생각꺼리도 떠올랐다. ‘과연 그 목사는 성직 외의 다른 직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나 역시 은연중에 성직을 더 높이 간주하는 것은 아닐까?’
성직과 일반 직업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일의 근본적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그러던 중, 한 책을 읽으며, 궁금증이 하나둘 풀렸다. 바로 『하나님의 도시』.
제목도 약간 난해했지만, 이 책의 부제 역시 약간 머리를 갸우뚱하게 한다. ‘미래를 다시 상상함으로 오늘 당신의 목적을 발견하라’. 미래를 상상한다? 그것이 무슨 말인가. 그것은 목적을 발견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미래를 생각하는 방식이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한다. 우리 세대의 경우에는 그 반대도 참이다. 즉, 현재의 경험이 미래에 대한 전망을 결정하는 것이다. (25쪽)
그렇다. 이 책은 불완전한 미래를 예측하는 미래 전망서가 아니었다. 지극히 ‘현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비전’으로 시작하여 ‘결말’, ‘진화’, ‘부활’ 등의 열 개의 키워드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담담히 비추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권면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기술한 미래(종말을 포함)에 대한 두 가지 큰 견해를 살펴보자. 첫째, ‘진화’이다. 때가 되면 기독교 신앙과 문명의 진보를 통해 모든 세상이 완벽해지리라고 믿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리스도인의 역할은 ‘세상을 개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어떠한가? 저자의 표현대로 ‘역사는 우리의 죄악된 본성에 언제나 엄습하는 특질들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을 증명(84쪽)’할 뿐이다.
이 진화에 대응하는 개념이 바로 ‘대피’이다. ‘점점 악해져 가는 세상에서 유일한 희망은 대피하는 것’이라는 견해다. 미국의 한 우화에서는 ‘교회가 해난 구조소이며 이 세상은 침몰하는 배’(97쪽)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빨리 영혼을 구원해야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리스도인이 생각하기에 제일 중요한 직업(?)이 ‘성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직은 영혼을 구원하는 것을 전문적으로, 풀타임으로 하는 사람이므로.
강력한 두 개의 개념을 대조한 뒤, 저자는 ‘부활, 소명, 질서, 아름다움, 풍요로움’을 키워드로 본인의 주장을 펼친다. 그의 초점은 예수님에게 있다.
예수님은 바로 우리 가운데서 살아 있는 희망을 일구어 내신다. 진화나 대피가 아니라 성육신을 통해 하나님은 육체를 입고 이 땅의 광야에 오셔서 질서와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경작하시고, 지금 우리가 그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하신다. (112쪽)
2000년 전, 예수님은 지금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예수님은 ‘현재’에 초점을 맞추셨다. 가난한 자들과 함께 식사를 했고, 주린 자를 먹이셨고, 병든 자를 고치셨다. 성육신에서부터 십자가 사건, 부활, 승천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은 아름답고 질서 있는 모습으로 채워져 있었고, 결국 다른 사람을 ‘풍요롭게’ 했다. 즉, 예수님은 처음 창조된 ‘동산’의 모습을 지금 이 땅에서 구현해 내신 것이다.
‘소비자 지상주의에 물든 기독교’를 적나라하게 고발했던 『하나님을 팝니다?』, ‘하나님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를 새롭게 생각하게 만든 『위드(with)』의 저자 스카이 제서니. 그는 『하나님의 도시』를 통해 이 땅에서 어떻게 소명의식을 갖고, 하나님의 나라를 일구어 갈지, ‘일’의 참의미가 무엇인지 제시한다.
이 책의 마지막 키워드는 ‘희망’이다. 이 책은 어떤 이론들을 쭉 배열한 책이 아니다. 딱딱한 신학서적도 아니다. 책 마지막의 ‘그룹 토의를 위한 질문’을 통해 10개의 키워드를 내 삶에, 우리 공동체 안에 적용하도록 돕는다. ‘이제 우리는, 또한 교회는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질문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저자가 쭉 설명했다면, 자각과 결단, 행동은 독자의 몫이리라.
예수님의 부활 능력으로 거듭나고, 성령의 능력으로 가득 차 있으며, 다양한 일에 부름받은 사람들을 통해서 미래도시는 현실이 된다. (2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