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 문학에서 찾은 사랑해야 하는 이유 ㅣ 아우름 2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평점 :
초등학교 시절, 책을 많이 읽었다. 중고등학교에는 거의 읽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과는 더더욱 멀어졌다. 국어와 문학 시간에 접했던 책 외엔 읽은 문학작품은 거의 없었다. 대학에 가서도 마찬가지. 리포트와 발표 때문에 읽었던 책 외에 내가 손 댄 것은 없었다.
졸업 후, 한참 지나서 우연히 만난 한 권의 책. 에세이집이었다. 『내 생애 단 한번』. 쉽게 읽혔고, 재미있었다. 그 후, 저자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었다. 그중,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통해 문학, 그중에서도 영미문학의 맛을 조금 알았다.
그 맛을 알게 해 준 저자는 얼마 전 작고하신 장영희 교수. 알고 보니 유명한 영문학자이자 번역가, 또 작가였다. 샘터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 두 번째로 그녀의 책이 소개되었다. 참 반가웠다. 제목 자체부터 매혹적인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책은 생전 그녀가 여러 라디오와 매체에서 했던 ‘문학 강연’ 원고를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문학이 왜 이 시대에 필요한가?’, ‘문학을 왜 읽어야 하는가?’는 물음에 답한다.
어떻게 보면 아주 큰 의미에서 모든 문학 작품은 다 연애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문학의 궁극적인 주제는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는가’이니까요. 삶을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고,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고…… 등등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사랑은 순탄치 않게 마련이고 그 안에서 겪는 갈등 이야기가 바로 문학의 기본적인 소재입니다. (99쪽)
그렇다. 바로 ‘사랑’이었다. 문학이 존재하는 이유 말이다. 문학을 통해서 ‘사랑’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고, 이 사랑은 인간의 제일 보편적인 감정이기에 문학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저자의 삶은 ‘사랑’ 그 자체였다.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에 대한 사랑, 평생을 가르쳐 온 제자들에 대한 사랑, 사시사철 변하는 자연에 대한 사랑, 절대자인 신에 대한 사랑, 보석같이 아름다운 영미문학에 대한 사랑,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그 ‘사랑’을 알고 경험했기에 평생토록 문학 작품에서 고귀한 사랑을 길어 올렸으리라. 그가 수많은 강연에서 다음 세대들에게도 사랑을 강조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므로 젊은이들이여, 당당하고 열정적으로 짝사랑하라. 사람을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고, 학문을 사랑하고, 진리를 사랑하고, 저 푸른 나무 저 높은 하늘을 사랑하고, 그대들이 몸담고 있는 일상을 열렬히 사랑하라. (155쪽)
사는 게 정말 각박하다고 너도나도 말한다. 이럴 때, 저자의 조언을 따라 사랑 한 번 제대로 해 보자. 그것이 어렵다면, 주위에 있는 어떤 책이라도(문학이면 더 좋겠다) 한 번 찬찬히 읽어 보라. 세상에서 지친 마음, 어느 샌가 풍요로워질 것이다.
엘리자베스 바렛 브라우닝의 삶을 통해 보았듯 문학의 힘이란 결국 사랑의 힘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그녀의 연시들이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세계 문학에서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고 호소력을 잃지 않는 것 또한 간접 경험이나 상상이 아니라 진실한 사랑의 체험에서 나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랑의 힘은 위대합니다. (27쪽)